선정기준액 매년 상향조정…전문가 "지급 대상 줄여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정 기준금액이 해마다 오르는 가운데 생활 형편이 나은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급 대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 노인. / 사진=연합뉴스 자료 |
오늘(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 하위 70%에게 전액 조세로 지급하는데, 노인 가구의 월 소득인정액(근로·연금·기타소득과 재산 등을 합산한 금액)이 선정기준액보다 적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기초연금 수급자가 70% 수준이 되도록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선정기준액을 정해 고시합니다.
문제는 급격한 고령화로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일 정도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며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선정기준액도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정기준액은 노인 단독가구 기준으로 2014년 87만 원, 2016년 100만 원, 2018년 131만 원, 2020년 148만 원, 2021년 169만 원, 2022년 180만 원, 2023년 202만 원, 2024년 213만 원 등으로 인상됐습니다.
올해는 228만 원으로 작년 대비 15만 원이 더 올랐는데, 65세 이상 노인의 근로소득이 2023년보다 11.4%, 공적연금 소득이 12.5% 상승한 영향이 큽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까닭은 요즘 65세 이상의 노인에 편입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이전 세대와 달리 어느 정도 노후 준비를 해서 소득·자산 수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소득·자산이 높은 사람들이 쏟아지니 평균이 올라가면서 소득 하위 70%를 끊는 기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겁니다.
이에 따라 홀로 사는 노인 기준으로 2014년에는 월 소득인정액 87만 원 이하여야만 기초연금 수급 자격이 주어졌지만, 11년이 흐른 지금은 2.6배가 넘는 월 소득인정액 228만 원 이하여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 기초연금 연도별 선정기준액. /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
게다가 실제 소득수준은 소득인정액보다 훨씬 높습니다.
정부는 전체 노인의 소득·재산 증가에 맞춰서 소득 하위 70%라는 기초연금 목표 수급률을 달성하고자 월 소득인정액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소득이나 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빼주는 각종 공제를 계속 확대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인정액 산정 때 반영되는 근로소득의 경우 상시 근로소득만 인정될 뿐 일용근로와 공공일자리(노인 일자리 포함), 자활 근로소득은 전액 빠집니다.
게다가 상시 근로소득 자체도 최저임금과 연동해서 112만 원(2025년 기준)을 기본공제하고 여기에다 30%를 추가 공제하기 때문에 실제 소득과 차이가 큽니다.
일반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할 때도 기본재산액 공제를 통해 거주지역에 따라 대도시 1억 3,500만 원, 중소도시 8,500만 원, 농어촌 7,250만 원을 각각 빼줍니다.
금융재산에서는 2,000만 원을 공제해주고 부채도 넣지 않습니다.
이런 소득인정액 산정방식에 따라 다른 재산과 소득이 하나도 없고 오직 상시 근로소득만 있다고 가정할 때, 2025년 기준으로 이론적으로 독거노인이 최고 월 437만 원 정도를 벌어도 기초연금을 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월 437만 원의 상시 근로소득을 올리는 홀로 사는 노인의 경우 112만 원을 빼면 325만 원, 여기에 0.7을 곱한 227만 5,000원이 소득인정액입니다. 그래서 홀로 사는 노인이 매달 437만 원을 벌어도 소득인정액 228만 원 이하여서 기초연금을 받는 겁니다.
맞벌이 노인 부부의 경우에도 상시 근로소득만 있다는 가정 아래 월 745만 원을 벌어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됩니다. 연 9,000만 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는 노인 부부가구도 기초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상당 수준의 소득을 가진 노인에게도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주면 공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탓에 대부분 전문가는 기초연금 지급 기준과 대상 규모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세금이 투입되는 기초연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현행 선정 기준을 고쳐서 기초연금 수급자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한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수급 노인보다 적게 버는 젊은이들이 상당한데, 이들에게서 세금을 걷어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면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지급 대상을 점차 줄여 노후 빈곤선 이하 노인에게만 주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의 기초연금 제도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재정적으로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진단입니다.
정부는 기초연금 수급자는 올해 약 736만 명으로 확대되고, 관련 예산은 26조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리나라 복지 사업 중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기초연금을 단군 이래 최대 복지사업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지금처럼 주려면 2080년 312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약 3.6%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