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라 늦었다는 시 해명에 "재난에 평일·휴일 따로 있나"
↑ 오늘(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산동에 있는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옛 전남도청 복원 현장에서 불이 났지만, 재난 문자를 뒤늦게 보내는 등 미흡한 대응에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4일) 광주시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8시 41분 발생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아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고, 20여 분 만인 오전 9시 1분 큰 불길이 잡혔습니다.
화재 진압 직후, 광주시는 뒤늦게 화재 발생 30여 분이 지난 오전 9시 13분에 시민들에게 재난 안전 문자로 화재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광주시가 재난 안전 문자를 보냈을 당시에는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화재 사실이 알려진 뒤였습니다. 불이 꺼지는 시점에 문자를 뒤늦게 보낸 것입니다.
발송한 문자에는 화재 장소도 명확하게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시는 '아시아문화전당 공사장 화재로 소방 현장 도착 화재 진압 중, 그 인근을 지나가는 차량은 우회해달라'고 문자에 적었습니다.
불이 난 곳은 아시아문화전당 옆 옛 전남도청 복원 현장인데, 옛 전남도청은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이 저항하다 숨진 곳으로 광주 시민들에겐 그 의미가 남다른 장소입니다. 광주 시민들에겐 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전남도청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시가 장소를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욱이 광주시 안전 담당 부서는 화재 발생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시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응하느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광주시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하면 구청에 재난 문자가 필요한지 확인하는데, 오늘 토요일이고 보니 조금 늦어졌다. 또 화재 당시는 제주항공 참사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시간이었다"며 "소방에서 꼭 필요하다고 요청이 와서 좀 늦은 상황에서 보내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참사 현장은 광주시가 아닌 전남 무안군이고, 무안공항 분향소 등 이번 참사와 관련해 현장 대응은 전남도가 사실상 주무 광역지자체로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사에 최초 화재 사실을 제보한 신모(광주 동구 학동)씨는 "화재로 남광주시장 일대 상공을 가득 덮은 연기가 다 사라지고 난 뒤 재난 문자가 전달돼 불이 다시 난 줄 알았다"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시민들이 민감해 있는데 광주시가 소관 재난 업무를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토요일 휴일이어서 대처가 늦었다는 광주시의 해명도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한 공무원은 "재난이 평일 휴일 가리고 발생하느냐"며 "특히 휴일에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공무원이 저런 해명을 내놓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