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 사실상 공수처 저지 안해…최상목 대행 요구도 불이행

경찰 "경호처 협조 요청 있었지만 적법하게 근무하라 지시"
국방부 "공수처와 물리적 충돌 상황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지침 전달"

↑ 관저 경내 도로에 세워진 버스 /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어제(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군과 경찰이 경호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실상 공수처를 저지하지 않은 것입니다.

오늘(4일) 경찰과 군 등에 따르면 이들은 공수처에 저항 없이 길을 내주거나 경호처의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어제 오전 8시쯤 55경비단은 공수처와 경찰 협조 요청에 따라 관저로 가는 첫 번째 철문을 개방했고 202경비단도 정위치대로 관저 외곽을 지키며 공수처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현재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3중 경호체계입니다.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이 관저 외곽,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이 관저 울타리 경호를 담당하고, 경호처는 담장 내 최근접 경호를 맡고 있습니다. 55경비단의 경우에는 편제상 수방사 예하지만 지휘 및 통제 권한은 경호처에 있습니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수뇌부가 체포영장 집행 당시 55경비단 병력을 저지에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경호처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지 부대장들에게 공수처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박종준 경호처장은 55경비단과 202경비단에 인력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두 경비단 지휘부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경호처의 협조 요청이 있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근무하라는 지시가 202경비단에 하달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호처 요청에 따라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경찰의 관저 투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 또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경찰이 최 대행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공수처 검사 3명은 경찰과 군이 사실상 길을 내주어 3차 저지선을 지나 관저 문 앞까지 이동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을 만났습니다. 이후 5시간 26분 만에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하고 관저에서 나왔습니다.

[지선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sw99033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