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를 외친 뒤 사고가 일어나기까지 6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MBN 취재진이 당시 조종석 상황을 조금이나마 추정할 수 있는 유류품을 사고 현장 주변에서 포착했습니다.
전민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수치가 빼곡하게 기록된 종이 서너 장이 부서진 항공기 파편 주변에서 발견됐습니다.
사고가 난 기체에서 튕겨져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운영 매뉴얼의 일부입니다.
QRH로도 불리는 이 매뉴얼은 2천 쪽에 이르는 두꺼운 설명서인데, 조종석 옆 기장과 부기장의 손이 항상 닿을 수 있는 곳에 기체마다 2권씩 비치됩니다.
취재진이 발견한 페이지에는 보잉 737-800 기종이 랜딩기어를 내린 상태에서 최소 동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적혀 있습니다.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진 기체를 착륙시키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흔적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합니다.
▶ 인터뷰 : 고승희 /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 "(기장이) 부기장한테 요청해서 매뉴얼을 꺼내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알아보자, 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며…."
발견된 매뉴얼엔 의도적으로 뜯어낸 것으로 보이는 자국도 남았습니다.
▶ 인터뷰(☎) : 김광일 /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 "그걸 다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까, 자기들 필요한 부분만 급하니까 좀 뜯어버려서 이것만 갖고 계산하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매뉴얼 조각 가운데서는 물 위에 비상착륙하기 위한 절차도 일부 발견됐습니다.
'메이데이' 선언부터 사고 순간까지, 드러나지 않은 6분 사이 조종사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비상착륙을 대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취재진이 발견한 매뉴얼 조각은 정부합동조사단이 수거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MBN뉴스 전민석입니다. [janmin@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현기혁 VJ
영상편집 : 유수진
그 래 픽 : 백미희·염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