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1일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내각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법조나 정무 쪽 장관 여럿이 임명이 부적절했다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대외 신인도를 걱정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경제 관료 출신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임명 결정을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임명은 경제를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이례적으로 반대자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태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이창용 총재는 이례적으로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공개 지지했습니다.
▶ 인터뷰 :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최 권한대행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하셨습니다."
이 총재는 준비된 원고를 읽다가 갑자기 정면을 바라보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 인터뷰 :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읽다 보니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최 대행에 대해서 여러 비판이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판을 할 때에는 최 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상 국무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에 반발해 고성을 지른 국무위원들을 직격한 겁니다.
앞서 이 총재는 한덕수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결정을 하기 전 최 권한대행과 함께 찾아가 재판관 임명을 건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탄핵 직후 최 권한대행과 함께 긴급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었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인터뷰 : 조태열 / 외교부 장관 (지난달 18일)
-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단 시일 내에 우리 외교를 정상화시키고 국제 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김완섭 환경부 장관 역시 임명을 반대한 장관들에게 "창피한 줄 알라"며 일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권한대행의 법적 한계를 따지기 전에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과 민생 경제 어려움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경제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편집 : 김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