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족에 유류품 인도 시작/사진=연합뉴스 |
건강하게 돌아와 행복한 여행의 기억을 재잘재잘 풀어낼 줄 알았건만 품에 안은 건 이젠 아무도 입지 못할 옷뿐이었습니다.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희생자의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한동안 차분했던 무안국제공항은 또 한 번 가족 잃은 슬픔으로 뒤덮였습니다.
유가족들은 임시 숙소(텐트) 안에 빙 둘러앉아 소중히 쥐고 온 옷을 펼쳐놓았습니다.
고인의 부재를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네가 와야지, 왜 이렇게 오냐"며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한 유가족은 고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분증을 보며 '아이고 내 새끼' 하며 20여분간 울부짖었습니다.
유가족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버스를 타고 희생자 유류품이 보관된 공항 차고지로 향했습니다.
당국은 전달 과정에서 혼선을 막기 위해 직계가족만 유류품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분증이 없는 유가족들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하느라 2층에 임시로 설치된 무인 발급기 앞에 긴 줄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 유가족에 유류품 인도 시작/사진=연합뉴스 |
부서진 캐리어에는 방콕 여행 기념품으로 보이는 유리병이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담겨있었습니다.
가족들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캐리어 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냈고, 주변에 있던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슬픔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유류품 인수는 소유자가 명확하게 확인된 물품 200여점에 대해서만
희생자들이 사고기 탑승 전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유족에게 반환하는 절차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은 현장에서 수습한 유류품의 정확한 개수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수사에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를 유가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