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모두 의개특위 탈퇴…의대교수들 "정권 퇴진 투쟁"

병협·중소병협·국립대병협 줄탈퇴…'의료인 처단' 계엄 포고령 영향
정부, 복지부 의료개혁 이어간다지만…이달 말 2차 실행방안 발표도 미지수

↑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결과 브리핑하는 노연홍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여했던 의사 관련 단체 3곳이 모두 참여를 중단하면서 특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오늘(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관련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병협)와 대한중소병원협회(중소병협), 국립대학병원협회는 최근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들 3개 단체가 특위 탈퇴를 결정한 데는 지난 3일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에 '전공의 등 이탈 의료인 처단' 내용이 담기면서 의료계의 공분이 산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포고령 제1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바 있습니다.

병협은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사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병협에 이어 중소병협과 국립대학병원협회도 특위 참여를 일단 중단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국립대학병원협회는 이미 의개특위에 불참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애초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가 특위 참여를 거부하면서 이번 의료개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의사단체가 빠졌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병협과 중소병협, 국립 대병원협회마저 참여를 중단함으로써 특위에서 의사 관련 단체가 모두 빠지게 됐습니다. 이미 여야의정 협의체가 의료계 단체 탈퇴로 좌초된 상황에서, 또 다른 논의기구인 의개특위마저 난관에 부닥친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특위에 참가 중인 다른 단체들에서는 특위 논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집니다. 공급자단체인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의협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완전하게 시작된 위원회인데 병협 등 다른 의사단체가 그만두면서 특위가 동력을 많이 잃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요자 단체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도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의료계가 특위에서 빠진다면 과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공급자 단체인 대한약사회와 대한간호협회는 특위 참여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응급실 앞에 놓인 진료 지연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의료계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의료개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병협이 의개특위 참여 중단 입장을 밝힌 것에 대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의료계와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말이 무색하게 특위가 예정대로 이달 말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등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지도 현재로써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복지부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포함될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달 내 공청회를 열기로 했지만, 아직 일정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위 관계자는 "현재 전체적으로 모든 상황에 여건 변화가 있지 않으냐"며 "(공청회 일정을 포함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포고령 등으로 인한 의료계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정부와 의료계 간 소통은 더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전의교협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위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며, 내란 관여자의 지시로 행해지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참여와 자문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 자문이나 연구용역과제 등 여러 형태로 정책 논의에 참여한 교수들이 있었는데 이제 다 그만둘 것"이라며 "2∼3일 전에도 일부 부처 자문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교수들이 일정을 취소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는 일에 힘을 실어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