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무게감···시라노 캐릭터 본연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라노’ 12월 6일 개막,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돈키호테에 대적할 캐릭터의 탄생’(-「스포츠서울」)이라는 평처럼, 아름답고 시적인 대사와 드라마틱한 선율로,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 ‘시라노’가 12월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관객들 앞에 선다.
시로 전하는 러브레터, 동료들과의 우정 등 낭만이 가득한 극의 이면에는 전하지 못한 사랑, 외로움 등의 감정이 깊게 배어 있다. 주인공 ‘시라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조형균은 이번 시즌, 시라노의 심층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중이다.
↑ 뮤지컬 ‘시라노’에서 ‘시라노’ 역할을 맡은 뮤지컬배우 조형균(사진 RG컴퍼니, CJ ENM) |
• 뮤지컬: ‘하데스타운’ㅣ‘더데빌 : 파우스트’ㅣ‘더데빌 : 에덴’ㅣ‘곤 투모로우’ㅣ‘빠리빵집’ㅣ‘호프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ㅣ‘이프덴’ㅣ‘모래시계’ㅣ‘마마 돈 크라이’ㅣ‘나빌레라’ㅣ‘검은 사제들’ㅣ‘그날들’ㅣ‘머더발라드’ㅣ‘빈센트 반 고흐’ㅣ‘그림자를 판 사나이’ㅣ‘시라노’ㅣ‘록키호러쇼’ㅣ‘더데빌’ㅣ‘신과함께_저승편’ㅣ‘아이러브유’ㅣ‘난쟁이들’ㅣ‘헤드윅’ㅣ‘차미(트라이아웃)’ㅣ‘구텐버그’ㅣ‘페스트’ㅣ‘살리에르’ㅣ‘젊음의 행진’ㅣ‘여신님이 보고 계셔’ㅣ‘사춘기’ 외 다수
• 연극: ‘안녕, 여름’
• 영화: ‘독친’
• 방송: JTBC ‘팬텀싱어 2’ㅣJTBC ‘팬텀싱어 올스타전’
• 수상: 2019 제8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즈 올해의 배우상ㅣ2020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자주연상
“세상이 날 짓밟아도 달을 쫓아 나는 가리, 콧대를 높이 치켜들고.” ‘시라노’는 세상의 어떤 거인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콧대 높은 영웅이다. 하지만 그는 ‘크리스티앙’의 아름다운 언어가 되어 ‘록산’을 향한 고귀한 사랑을 숨긴다. 재연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타이틀 롤로 참여한 배우 조형균은 개막을 앞두고 “전 시즌은 사막에서 물을 찾기 위해 끝없이 걸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이번 시즌은 그 길이 맞길 바라고 있습니다”라며 공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캐릭터의 선택과 감정에 대해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 있다는 그의 답변에서, 극중 시라노의 고뇌가 언뜻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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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무게감…캐릭터 본연의 성질 표현하고파”
(조형균) 다시 한번 ‘시라노’에 참여하게 되어서 감사드려요. 뭔가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오다 보니 감사함과 부담감이 공존하는 느낌이에요.
Q 2019년 재연 당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자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에요. 그만큼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지 않나요.
사실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배우 입장에선 다 소중해요. 그 소중한 여러 캐릭터 중에 감사하게도 그 이상의 것을 가져다 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 역할이 상을 받았다고 해서 더 특별하거나 하진 않은 거 같아요.
Q 이번 ‘시라노’ 삼연은 뉴 프로덕션으로 선보이게 됐어요. 공연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나, 지난 시즌과 차별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계속 봐 오신 관객분들이 이번 삼연을 보시면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확인하실 수 있을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엔 시라노가 갖고 있던 외로움들, 무게감 같은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캐릭터 본연이 가진 성질들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Q 시라노의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가장 크게 느껴지던가요?
1막 엔딩에 ‘Alone’이라는 곡이 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나는 이 길을 가겠다’라는 메시지가 시라노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외롭다’라는 한 가지 색보다는, 이 인물이 왜 이렇게 독단적인 길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많이 하고 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사실은 아직도 찾고 있는 중입니다.
↑ (사진 RG컴퍼니, CJ ENM) |
두 곡의 성질이 완전히 달라요. ‘거인을 데려와’는 시라노의 신념을 말하는 넘버예요. 이 넘버는 귀족들의 시비로 시작되지만, ‘거인’은 단순히 귀족만을 말하진 않아요. 우리가 맞서는 오만, 비겁함 등 여러 가지 것들을 도합해 ‘거인’이라는 단어로 비유하는 거죠.
한편 ‘Alone’은 시라노를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에요. 그 당당한 사람이 록산 앞에서는 말을 못하고, 크리스티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 끝에 돌아오는 건 록산에게서 크리스티앙을 지켜달라는 이야기였죠. 시라노는 화가 나도 폭발하지 않아요. 슬프지 않은 척, 항상 유쾌하고, 당당해요. ‘Alone’ 때는 처음으로 그 가면을 벗어요. 그 속에 있는 시라노의 마음, 외로움과 적적함…. 곡이 정말 잘 쓴 게 도입부가 웅장하게 시작해요. 그런 표현들을 통해 자신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Q 극중 좋아하는 장면 또는 넘버가 있다면.
‘그의 입술이 전한 나의 사랑’이라는 넘버요! 시라노가 크리스티앙과 록산을 이어주고 나서 부르는 곡인데, 가사가 너무 좋아요. 시라노의 입에서 출발한 나의 말들이 그녀에게 닿아서, 크리스티앙의 입과 록산의 입이 맞닿잖아요. 그 상황에서 시라노는 비참하다는 감정이 아닌, ‘참 잔인한 영광이구나’라고 여겨요. (+완전 낭만적이네요?) 그쵸. 그때의 시라노는 마냥 슬프지도, 마냥 기쁘지도, 그렇다고 좌절감이나 패배감이 아닌 이를 훨씬 더 뛰어넘는 감정인 거 같아요. 멜로디도 가사와 잘 어울리고요.
Q 극중에선 마음을 담은 편지가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해요. 극 자체도 ‘고전’, ‘낭만’이란 키워드로 소개되고요. 요즘은 휴대전화 메신저가 익숙한데, 관객과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첫째로는 상대방에게 전하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인 거 같아요. 저희 작품이 보시기엔 (러브 스토리가)유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잊진 말아야 하는 포인트인 거 같아요. 편지라는 매개체처럼요. 옛날에 문자가 유료였을 때는 한 문자 안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한마디를 전달하기 쉬운 세상이고,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기기도 해요. 반면 편지를 통해선 쓰는 사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보니, 그 사람의 마음이 훨씬 더 많이 전달되었던 거 같아요.
두 번째로 (극이)세월이 지나도 계속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작품 속에 콤플렉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시라노처럼 외모적으로 당당하지 못하거나, 록산처럼 진실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크리스티앙처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콤플렉스 등이죠. 요즘엔 겉으로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사는 경우도 많잖아요. 누구나 가진 순수한 마음을 되새길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 (사진 RG컴퍼니, CJ ENM) |
저는 캠핑! 캠핑을 너무 좋아해요. 쉬는 날 있으면 웬만하면 가고, 피곤할수록 더 가요. 밤에 불 피워놓고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때. 와…. 흔히 ‘감성에 젖는다’는 말 있잖아요. 그런 자연이 주는 낭만이 있는 거 같아요.
Q 과거 인터뷰에서 전작들에 대한 감상이 눈에 띄었어요. ‘빠리빵집’은 잔잔한 호수에 조약돌을 던지는 느낌, ‘호프’는 너무 소중해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공연이라고 언급했는데, ‘시라노’를 마주했을 때 느낌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시라노’를 할 때는 스스로도 막막했던 거 같아요. 사막에서 멀리 물이 보이긴 하는데, 계속 물을 찾아서 가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배우로서 성장을 해야 하고, (재연 당시) 함께 했던 배우들이 잘하는 형들이다 보니 그 형들을 따라 가기 위해,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전진만 했었죠. (+그 끝엔 도달하셨나요?) 아직 그 끝에 도달은 못한 거 같아요.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지만, 유독 어려운 거 같아요. 이번 ‘시라노’가 끝났을 땐, 제가 가던 그 길이 맞았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도전을 이어온 조형균 “도움닫기를 할 수 있었던 한 해”
너무 감사하죠. 브로드웨이에서 너무 잘됐던 작품인데, 한국에서 초연 배우로 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초연 때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100%는 아니지만 재연에 와서 많이 해결을 했어요. 책을 딱 잘 덮은 느낌이에요. 행복한 여정이었던 거 같아요.
Q 오르페우스와 시라노라는 인물은 둘 다 예술가이자, 사랑에 관련된 인물이죠. 또 두려움에 맞서는 모습도 있어요. 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상당히 달라요. 이처럼 비슷한 듯 다른 캐릭터를 연구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하데스타운’을 할 때는 톤이 많이 올라가 있었어요. 평소 말할 때의 톤까지도요. ‘시라노’를 준비하면서 계속 톤을 내리는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캐릭터가 갖고 있는 발성이라든지, 사운드라든지, 제가 그리는 이미지를 시라노라는 인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한 거 같아요. 그 외엔 오로지 작품 연습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했어요.
↑ (사진 RG컴퍼니, CJ ENM) |
(웃음)다 해보고 싶어요. 안 해봤던 역할들을 많이 해보고 싶고, 악역 같은 것들도 해보고 싶어요.
Q 악역이라고 하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 실사화 시리즈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 ‘스카’ 역으로 더빙 연기에 도전하신 게 기억나요. 기존 잘 알려진 악역의 프리퀄 시리즈에, 더빙 연기는 처음이셨죠.
네.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해서) 너무 기뻤어요. 디즈니 작품에 더빙을 할 수 있다니 감격스러웠죠. 작업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일반적으로 연기하는 거랑 다르더라고요. 먼저 톤을 잡아야 했어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실사화되어서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연기를 하면 맞물리지 않더라고요. 그런 접점을 계속 찾는 부분이 힘들었는데, 같이 작업하시는 감독님들께서 편하게 해주셔서 즐겁게 했어요. (따님이 크면 같이 볼 수도 있겠는데요?) 사실 그거 때문에 일부러 오디션 제의가 왔을 때 더 보고 싶다고 했어요! 나중에 ‘이거(스카) 아빠 목소리야!’ 하려고요(웃음).
Q 올해는 이러한 도전이 많은 해였던 거 같아요. 올해 초엔 단독콘서트도 하셨죠. 소감이 어떠셨나요?
단독콘서트를 할 때 팬분들이 많이 와주시고, 많이 응원하고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코로나19 이후로 많이 힘들었어요. 배우는 계속 보여줘야 하는 직업인데, 1년 가까이 쉬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죠. 고민도 많았고요. 콘서트를 하면서 다시 희망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이제 포기하지 말자’ 자존감도 회복하고, 도움닫기를 할 수 있었던 해였던 거 같아요.
Q 어느덧 17년 차예요. 과거엔 앙상블 역할도 많이 해왔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며 오랫동안 버텨왔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느덧 타이틀 롤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잘하는 배우’라는 호칭도 좋지만, 동료 배우들이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서른 살 기점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품을 했는데 당시엔 비관적인 면도 있었어요. 그때 함께 했던 진선규 배우를 보면서 ‘나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될 건가’ 이런 고민을 많이 한 거 같아요. ‘형균이랑 하면 재미있더라’, ‘형균이랑 하면 행복하지’ 그런 이야기를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요.
↑ (사진 RG컴퍼니, CJ ENM) |
공연장: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기간: 2024년 12월 6일(금) ~ 20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RG컴퍼니, CJ ENM]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8호(24.12.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