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월급이 내국인을 추월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4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평균 인건비가 내국인보다 높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소기업에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의 숙박비를 포함한 인건비는 평균 302만 원. 약 57.7%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이상으로 버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이에 누리꾼들은 “외국인 임금은 내국인과 차별화되어야 한다” “호구나라. 차별임금 적용해라” “이 나라에서 돈 쓰고 세금 끝까지 내는 내국인을 우대하고,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돈 안 쓰고 자국으로 돌아갈 사람에게 똑같이 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우리나라 안 돌아간다” “부러워하지 말라. 내국인이 3D 업종이라고 취업을 안 하니 기업은 외국인이라도 있어야 상품을 생산할 것 아닌가. 내국인은 정신 차려라” “우리나라 사람이 안 하는 힘든 일 하는 건데 정당한 월급 줘야지”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에 이어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사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이처럼 저출생·고령화로 외국인 인력 수요가 늘어나며, 외국인 근로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최저임금을 똑같이 적용하는 게 효율적인지를 고민해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가 ‘윈-윈(Win-Win)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한국은행도 3월 돌봄난 해결을 위해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제외'는 현실성이 있을까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장에서 내국인의 수요를 급속히 줄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시장은 가격 경쟁을 삼아 작동이 되기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 제도 추진 과정에서 오히려 노사 갈등을 크게 확대시키는 결과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가입돼 있다. 국제협약도 국내법에 준해서 적용되기 때문에 위신이 굉장히 실추될 것”이라며 “법처럼 강행 조항 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국제적인 압력과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권영국 변호사는 헌법 11조 제1항은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현하고, 최저임금법에서도 차등 적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의 평등권에 위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인 평균 임금이 내국인 임금을 추월했다는 통계'를 해석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성희 교수는 “통계는 착시현상이 많다. 외형적으로 차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내용적으로 횡행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업종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외국인의 시간급이 훨씬 높다’고 얘기한 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인 통계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은정 이주노동자 평등연대 사무국장은 “소득을 비교하면 안 되고, 근로시간을 비교해야 될 것”이라며 별도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계속 유입하기 위한 경쟁 국가가 될 텐데 차등 임금을 두면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도 출생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많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각각 다릅니다. 같은 지역이더라도 제조업의 경우 서비스업보다 10~20%가량 높게 측정해 임금 차를 자연스럽게 유도해 주력 산업 종사자의 대도시 유출을 막고 있는 형태입니다.
그렇다면 차등 임금을 적용할 시 내국인에 불이익이 발생하진 않을까요?
전문가들은 연관 업종 임금을 다 낮춰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성희 교수는 “해당 분야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임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차등 임금을) 공식적으로 허용한다는 건 현실적으로도 작동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내국인의 노동 조건을 크게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병훈 교수도 “비정규직이 싸니까, 비정규직이 확 늘듯이 이주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싼 임금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산업계 인력 수요 때문에 이주노동자 확대가 있을진 몰라도 내국인
권영국 변호사는 “옛날에 아메리칸드림이 있지 않았나.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계속적으로 낮추기 시작하면 내국인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가 어렵다”며 “결국은 우리의 생활임금 등을 유지하려면 차등을 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