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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흑백요리사’,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다

기사입력 2024-11-14 15:16

예약 피케팅 이루는 흑백요리사들의 식당들
캐치테이블, 회차별 생존자들 업장으로도 분류
냉부 세대 전복시킨 흑의의 셰프들

뜨겁다. 종영 후에도 이슈의 한가운데에 있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이야기다. 프로그램만 뜨거운 게 아니다. 출연진의 식당들 모두가 핫해졌다. 3억 원의 상금을 누가 받고, 누가 승리하고 패배했는지의 유무를 떠나 그냥 100개의 레스토랑을 격파하는 게 목표가 되었다. 사람들이 이곳에 기를 쓰고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요식업계가 들끓고 있다. 이게 다 ‘흑백요리사’ 탓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셰프들의 레스토랑은 예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시청자에게는 약 100개의 가봤거나, 꼭 가봐야 할 음식점 리스트가 생긴 셈이다. 네이버 지도 앱은 이제 검색창에 ‘흑백요리사’를 넣으면 출연한 요리사들의 점포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레스토랑 예약 애플리케이션 ‘캐치테이블’도 검색 창에 흑백요리사를 넣으면 곧장 ‘셰프들의 식당’이라는 앱 내 스페셜 창이 뜬다. 여기에는 백수저와 흑수저 요리사들의 레스토랑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심지어 프로그램 회차별 생존자들의 업장으로까지 분류를 확대해뒀다.
“쉽게 접근할 수 없기에 이 경험은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요리하는 돌아이’의 가게 디핀은 이미 예약이 상당기간 마감되어 있다. ‘만찢남’의 조광201, ‘철가방 요리사’의 도량, ‘나폴리 맛피아’의 비아톨레도 파스타바 등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욕망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다.”

프로그램은 그간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많은 프로그램의 핵심들을 적절하게 잘 차용하고 있다. 셰프들 간의 경쟁을 부추겼던 ‘냉장고를 부탁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을 위시한 각종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100명의 도전자들이 퀴즈를 겨뤘던 ‘일 대 백’ 등 꽤나 시청률이 높고,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들의 모든 키워드를 잘 뽑아내 활용했다는 말이다.
네이버 지도에서 흑백요리사를 검색한 결과 화면 (이미지 네이버 지도 캡쳐)
↑ 네이버 지도에서 흑백요리사를 검색한 결과 화면 (이미지 네이버 지도 캡쳐)
계속 되는 요리 예능...업로드 욕구 자극하는 ‘흑의 요리사’
‘삼시세끼 Light’의 인기는 여전하다. ‘언니네 산지직송’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재방송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고, 무인도에서 재료를 수급한 뒤 요리하는 ‘푹 쉬면 다행이야’, 100인분도 거뜬히 준비해야 하는 ‘백패커2’, 아이슬란드에서 실컷 요리만 하다 온 ‘서진이네2’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출연진들이 대부분 직접 요리를 해낸다. 아니 심지어 고생을 한다.
맛집 탐방 프로그램도 여전히 인기다. ‘생생 정보통’과 같은 교양 프로그램들에서부터 시즌 2를 종영한 ‘줄 서는 식당’ 등에 이르기까지 방송사와 유튜버들은 대한민국 신흥 맛집을 찾아 다니는 데 여념이 없다. 특히 소비자들은 이제 광고와 실제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기에, 이들이 찾아가고 찾아내는 식당들은 이미 맛집이거나 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흥 ‘핫플’이다. 엄청난 대기줄을 만들거나, 굉장한 웨이팅 리스트를 생성하고, 모든 예약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 마감’ 표시가 뜬다는 말이다.
최현석의 소금 뿌리기 퍼포먼스 대신 이제는 만찢남의 레시피가 문화적 리스펙트를 생성해낸다. ‘흑백요리사’는 과거 인기를 끈 ‘냉장고를 부탁해’를 전복시킬 만한 파괴력을 지닌다. 백의 편에 선 요리사들 대부분이 과거 ‘냉장고를 부탁해’ 시절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흑의를 걸친 젊은 세대들이 깨부순다. 이 프로그램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다.

캐치테이블 ‘흑백요리사’ 특집 페이지, 캐치테이블의 ‘흑백요리사’ 카테고리, 캐치테이블의 ‘흑백요리사’ 식당 예약 페이지 (사진 캐치테이블 캡쳐).
↑ 캐치테이블 ‘흑백요리사’ 특집 페이지, 캐치테이블의 ‘흑백요리사’ 카테고리, 캐치테이블의 ‘흑백요리사’ 식당 예약 페이지 (사진 캐치테이블 캡쳐).
‘흑백요리사’는 과거 ‘냉장고를 부탁해’를 전복시킬 만한 파괴력을 지닌다. 백의 편에 선 요리사들 대부분이 과거 ‘냉장고를 부탁해’ 시절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흑의를 걸친 젊은 세대들이 깨부순다. 이 프로그램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바로 기성 세대를 제압하는 신진 세력의 등장이 통쾌하기 때문이다. 경력이 30년인 것보다 지금 세대에게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젊은이의 요리가 더 동시대적인 것이다. 과거 최현석의 소금 뿌리기 퍼포먼스가 있었다면 이제는 만찢남의 레시피가 문화적 리스펙트를 생성해낸다.
그래서 ‘흑백요리사’의 흥행은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제일은 ‘핫플레이스 탐방기’다. 요식업계에서 100인 출연진의 업장들은 이미 잘 알려진 공간들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번 언급된 이 공간들은 그때와는 다른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누구보다 빨리 입성하여, 체험해보고, 이를 또 SNS에 업로드해야 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흑백요리사’ (사진 영상 갈무리)
↑ ‘흑백요리사’ (사진 영상 갈무리)
SNS는 현 시점에서 굉장히 유효하고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고, 타인과의 차별성을 이끌어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다. 이목을 끌기에 가장 좋은 콘텐츠는 모두가 선망하는 걸 먼저 실천하고 그걸 콘텐츠화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00인의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그중에서도 더 좋은 건 (‘흑백요리사’ 속) 백보다 흑의 공간이다. 방송 속 백수저 셰프가 음식을 내던 음식점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을 위시한 고급 레스토랑들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그곳은 선망의 대상이긴 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흑수저 요리사들의 공간은 유명하지만 여전히 신선한 공간들이 많다. 더욱이 회차를 거듭하며 그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커지면서 흑의는 백의를 짓밟고 더 화려한 명성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부터 SNS 업로드 욕구 역시 극에 치닫는다. 쉽게 접근할 수 없기에 이 경험은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요리하는 돌아이’의 가게 디핀은 이미 예약이 상당기간 마감되어 있다. ‘만찢남’의 조광201, ‘철가방 요리사’의 도량, ‘나폴리 맛피아’의 비아톨레도 파스타바 등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욕망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이다.
‘먹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왜?
‘흑백요리사’를 즐겨보면서도 이들의 레스토랑에 가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뭐, 예약 앱을 통해 이미 결과를 확인했기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아내와 우스갯소리를 종종 하곤 한다. 그간 대기가 길어서, 예약이 어려워 가지 못했던 맛집들을 지금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이유는 모두가 ‘흑백요리사’의 레스토랑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같았다. 여기는 여기고, 이미 인기 있는 곳의 열기는 쉬이 식지 않더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삼각지에 위치한 고깃집 몽탄이 그렇다. 모두가 흑과 백의 요리사 식당에 몰릴 줄 알았지만, 몽탄의 번호표 받는 줄은 여전히 길다.
(사진 넷플릭스)
↑ (사진 넷플릭스)
SNS에선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게 맛집 정보이고, 새로운 세대는 이곳에서 그 정보들을 얻는다. 물론 정보와 광고를 분별하는 눈은 대부분 가지고 있기에 거짓 정보에 현혹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먹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에 ‘흑백요리사’는 기름을 들이부었다. 맛집 열기는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건 누가 우승하느냐를 사람들이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거다. 3억 원의 상금을 누가 받는지, 승패의 유무의 상관 없이 그냥 100개의 레스토랑을 격파하는 게 목표

가 되었다. 아마도 이들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면 나 같이 게으른 이는 더더욱 그 식당들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컬럼니스트)]
[사진 넷플릭스, 게티이미지뱅크, ‘흑백요리사’ 영상 갈무리, 케치테이블 갈무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3호(24.11.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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