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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200명의 배우가 스쳐간 연극…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기사입력 2024-11-08 16:36 l 최종수정 2024-11-08 16:38

대학로에서 2008년부터 공연을 시작해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연극이 있다. 바로 ‘죽여주는 이야기’다. 그동안 작품에 출연한 배우만 해도 200명을 넘었다. 연극은 3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 90분 동안 긴장감, 재미, 궁금증을 자아내며 관객의 몰입도를 극강으로 끌어올린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음침한 날, 지하 깊은 그곳에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한 여자가 찾아온다. 그녀의 아이디는 ‘마돈나’. 비를 맞고 오랜 시간 길을 헤맨 탓에 머리는 뒤엉켜버리고 마스카라는 엉망진창 번져버렸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한 자살사이트 회장의 은밀한 실험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려한 외모의 사이트 회장 ‘안락사’, 마돈나가 부른 의문의 사나이 ‘바보레옹’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세 사람들 사이에서 기괴하지만 흥미롭고 유쾌한 일들이 벌어진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스틸컷(사진 스튜디오 틈 주식회사)
↑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스틸컷(사진 스튜디오 틈 주식회사)
살벌해 보이는 공간에 살벌해 보이는 인물들이 자살이라는 살벌한 이야기를 하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는걸까. 항상 고객들에게 최고의 죽음을 선사하는 사이트 회장 안락사, 그는 화려한 언변과 자신만의 철학으로 확실한 죽음을 선사하는 죽음의 집사이다. 안락사에게 죽임을 당하기 위해 찾아온 마돈나. 그녀는 말한다. “돈 걱정은 마시고 저한테 어울리는 품위 있는 상품을 보여주세요”라고.
이 연극은 ‘죽음과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무거운 이야기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지친 삶에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의 호응을 이끈다. 또 ‘관객 참여극’이란 점도 관전포인트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관객이 참여해 배우와 함께 극을 만들어간다. 해서 매회 차 색다른 공연을 즐길 수 있어 재관람도 꾸준하다. 특히 ‘안락사석’에 앉은 관객은 자살사이트 회장 ‘안락사’의 잠재적 고객이 되어 극이 진행되는 동안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언제 안락사와 눈이 마주치고 무대에 올라갈지 모른다. 팁 하나, 객석 중 ‘배려석’이 있다. 바로 무대에 올라가거나, 배우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운 관객을 위한 좌석이다. 오로지 연극만을 즐기고 싶다면 배려석을 추천한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스틸컷(사진 스튜디오 틈 주식회사)
↑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스틸컷(사진 스튜디오 틈 주식회사)
극은 죽음과 자살을 절대 미화하지 않는다. 사는 것, 세상에 대한 공포, 두려움, 실망과 좌절 등으로 자살을 결심하지만 그들도 막상 죽음 앞에 섰을 때 자신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진짜 살고 싶은 마음, 그리고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이 보인다고 말한다. ‘자살’을 거꾸로 하는 순간 ‘살자’라는 말이 완성된다. 이 ‘거꾸로’ 바라보는 용기가 연극의 주제이자, 메시지이다.
Info
장소: 지인시어터
기간: ~오픈 런
시간: 평일 12시, 2시, 7시 30분

/ 주말, 공휴일 12시, 2시 10분, 4시 30분, 7시
출연: 안락사 – 정승환, 우동원, 정홍재 등 / 마돈나 – 남경화, 이연승, 한아름 등 / 바보레옹 – 안승찬, 신광희, 이정혁 등

[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스튜디오 틈 주식회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4호(24.11.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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