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들은 길게는 5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경마 스포츠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죠.
말의 수명은 30년 정도로 알려졌는데, 경주마로서의 짧은 전성기 이후에는 대부분 비참한 마지막을 맞이하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이한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주마 '함양은산삼'은 2년 전 날렵하게 트랙 위를 달리며 우승을 휩쓸었습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충남 공주의 불법 농장에 팔려간 뒤 삶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농장주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2년 넘게 방치해 죽기 직전에 발견됐는데, 당시 비슷한 운명의 다른 퇴역마 8마리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 숨져 있었습니다.
▶ 인터뷰 : 김세현 / 비글구조네트워크
- "말들이 초점이 없었어요. 너무 처참했던 게 살아있는 말들과 말 사체들이 곳곳에 나뒹굴어져서…."
해당 농장주는 재작년엔 퇴역마 4마리를 방치해 2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불법 도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주마들은 퇴역 후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승마장으로 팔려가거나 번식용, 식용 등으로 이용되는데 용도가 불분명한 '기타' 역시 전체 20%에 달합니다.
▶ 스탠딩 : 이한나 / 기자
- "제 앞에 있는 건 약 5년간 경주마로 활동했던 '골든미니스터'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지만 말 이력 전산상에는 폐사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한국마사회는 경주말의 생사 등의 정보가 담긴 '말 이력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매년 점검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팔려간 경주마의 소유권은 주인인 마주에게 있기 때문에 말의 용도 변경이나 관리 등은 개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 한국마사회 관계자
- "저희가 강제할 수 없다는 거죠. 개인의 소유물이고 강제할 수 있는 법도 없고요."
지난 21대 국회에서 퇴역마 복지 내용이 담긴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습니다.
경주마의 이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한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이한나입니다.
[lee.hanna@mbn.co.kr]
영상편집: 박준영 기자·김현우 기자
영상취재: 이우주
그래픽: 고현경
화면제공: 비글구조네트워크, 유튜브 KR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