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의 병원을 옮길까 해서, 다니던 병원에 수리의 지난 진료 기록을 복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은 보호자가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발급해 줘야 하지만 진료 기록부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 수의사법이 그렇다고 했다. 나로서는 납득이 안 되었는데, 가령 수리가 특정 병력으로 A 병원에서 수년간 치료를 받았고 형편상 B 병원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치자. 그간 어떤 병력으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관해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B 병원에 제출해야 치료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보장되는 거 아닌가. 사람은 진료 기록부를 발급받아 옮겨가는 병원에 제출하는 것이 당연한데 어째서 동물에게는 이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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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부는 양측의 주장과 우려를 고려해, 진료 기록부를 공개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 사고 여부 확인, 보험금 청구 목적 등으로 범위를 제한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진료 기록부에는 병력, 진료 소견, 치료 내용 등이 기재된다. 평소에는 보호자가 기록부 발급을 요청할 일이 없지만, 간단히는 병원을 옮길 때나 심각하게는 의료 분쟁에 법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요청하게 될 것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보호자에게는 절실한 자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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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절대적인 해법이 어디 쉬울까. 시도하고 보완하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3호(24.1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