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한과업체가 해외 주문을 받고 2천 개의 한과를 만들었다가 팔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주문자는 대량 주문을 할테니 운송료를 내달라고 요구했는데, 업체 측의 의심을 받자 곧바로 잠적했습니다.
전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9개월차 한과점 대표 A 씨는 지난달 22일 자신을 필리핀 국제학교의 한국어 교사라고 소개한 한 남성으로부터 배송 주문을 받았습니다.
2천만 원을 보낼테니 약과 8천 개를 서둘러 현지로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A 씨와 어머니 두 사람이 2주 동안 만들어야 하는 양이었습니다.
▶ 인터뷰 : A 씨 / 피해 한과점 대표
- "해외 송금이니까 실제 입금되는 게 사나흘 걸린다고 했기 때문에 먼저 제조를 시작한…."
그런데 일주일 뒤 주문자는 느닷없이 운송료 명목으로 37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식품 수입을 하면 관세만 5백만 원이 나오니 면세가 되는 후원품으로 항목을 변경하고, A 씨가 후원자로서 운송료를 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상함을 눈치 챈 A 씨가 꼬치꼬치 캐묻자 주문자는 곧바로 잠적했습니다.
▶ 스탠딩 : 전민석 / 기자
- "필리핀에 보내려고 만든 약과입니다. 이미 2천 개, 5백만 원어치나 만들었지만 처치곤란이 되면서 다른 작업도 어려워진 상태입니다."
신원을 확인하라며 주문자가 보낸 학교 인증서의 QR 코드 역시 가짜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는데, 협력업체도 피해를 떠안게 됐습니다.
▶ 인터뷰 : A 씨 / 피해 한과점 대표
- "저희가 취소되니까, 저희가 발주했던 (협력업체) 분들도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인 거죠."
▶ 인터뷰 : 채희광 / 코트라 해외진출상담센터장
- "거래 조건을 수시로 바꾸거나, 나에게 먼저 돈을 내라고 하면 무역 사기를 의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해외주문 빙자 사기 피해가 속속 접수되면서 당국은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MBN뉴스 전민석입니다. [janmin@mbn.co.kr]
영상취재 : 김태형 기자
영상편집 : 김상진
그 래 픽 : 양문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