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 · 더 로즈 · CHS 해외에도 거대 팬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록 사운드가 젠지(Gen Z)세대 팬덤과 함께 들어왔다. 전혀 새로운 록을 보여준 ‘실리카겔’부터 젠지 록 밴드 ‘웨이브 투 어스’, 넓은 팬덤층을 지닌 ‘더 로즈’, 마니아 층이 확실한 ‘CHS’, ‘까데호(Cadjo)’까지 기억해둬야 할 국내 록 밴드 5팀을 소개한다.
하드 록 밴드 스콜피언스의 초기 멤버이자, 위대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인 마이클 쉥커가 이끄는 마이클 쉥커 그룹은 1983년에 ‘Rock Will Never Die’라는 곡을 발표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록 뮤직은 영원할 것이라 믿기에 충분했다. 팝 뮤직의 역사와 함께 태동한 로큰롤은 하드 록, 헤비메탈, 아트 록, 프로그레시브 록, LA 메탈, 서던 록, 컬리지 록, 얼터너티브 록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2000년대까지 음악 시장을 주름 잡았다.
오죽하면 지금의 뮤직 페스티벌이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거대 군중을 사로잡았을까? 또한 유명 밴드들의 공연은 거대한 경기장을 관객들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결코 죽지 않을 것만 같았던 록 뮤직의 생명력은 시간이 흐르며 꺼져 갔다. 팝 뮤직의 역사에서 메인스트림 중의 으뜸이었던 록이 힙합 뮤직의 거센 파도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 이미지=픽사베이 |
어쩌면 힙합이 가진 역사성과 아이덴티티는 새로운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결부되기 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코 죽지 않을 것 같던 록 뮤직의 대항마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무튼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록 밴드는 더 이상 설 곳이 없어 보였다. 전 세계 유수 록 페스티벌은 뮤직 페스티벌로 스펙트럼을 넓혔고, 힙합 뮤지션 아니면 K-팝 아이돌이 헤드라이너를 장식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 이미지=픽사베이 |
한국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팬데믹 이후 거대한 성공을 살펴보면, 그 내면에는 록 뮤직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잠재되어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그랬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은 물론이고, 국내 밴드들의 공연에도 관객들은 ‘록이 살아있다’고 외치며 열정적으로 반응해주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록 음악이 다시금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음을 인지하게 해 준 최근의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재결성 소식이다.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뉴스다. 동시에 그들의 2025년 재결성 투어 티켓의 리세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내 주변에도 티켓 구매에 성공한 이가 있다. 그들은 벌써 내년 영국행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 펜타포트록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실리카겔(사진 실리카겔 인스타그램 캡쳐) |
잔나비는 이미 최정상에 있는 밴드이고, 리더이자 보컬인 최정훈은 유명하다. 그러니 이들은 이미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현존하는 국내 최고 밴드 중 하나다. 멤버들이 병역 의무를 마치고 다시금 하나로 뭉친 혁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활동 재개를 알리는 앨범으로 대만의 유명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내고, 월드 투어에 돌입한다. 이들외의 리스트가 필요하겠다.
↑ 2023실리카겔 단독공연(사진 실리카겔 인스타그램 캡쳐) |
이들의 팬덤명은 ‘자경단’이다. 이 곡의 노랫말 속 “밤안개 짙어진 뒤 훔치려고 모인 자경단”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실리카겔의 음악은 부드럽지도 않고, 쉬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인기가 많다. 그건 아마 전혀 새로운 세대의 록 사운드이기에 그럴 것이다. 만일 당신이 실리카겔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음원만으로 실리카겔의 음악을 듣기엔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 펜타포트 무대에 선 그들을 보았다. 똑같은 ‘NO PAIN’이 전혀 다른 ‘NO PAIN’으로 다가온다. 이게 그들의 힘이다.
↑ 웨이브투어스 LP(사진 예스24 제공) |
웨이브 투 어스는 거친 록 사운드보다는 조금 더 포근한 사운드를 지향한다. 이들이 그간의 EP와 싱글들을 모아 2023년에 발매한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 속 트랙들을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bad’ ‘사랑으로’ 등이 대표적이다. 웨이브 투 어스 역시 최근 혁오와 함께 작업한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 CHS [열야양성] 커버(사진 CHS인스타그램 캡쳐) |
이들의 음악은 한 여름의 끈적이는 열대야를 표현하는 것 같은, 완전히 자기만의 컬러를 가진 사운드를 표출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CHS를 여름을 대표하는 밴드라 부른다. 올해 발표한 EP [열야양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특히 2번째 트랙 ‘One Summer Day’는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메이 에하라가 함께 했다.
다음 주자인 ‘까데호’ 역시 CHS처럼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구축해 보여준다. 까데호의 멤버들이 지나온 길은 뻐킹매드니스, 윈디시티 등의 경로를 떠올리면 딱 와 닿을 것이다. 사운드는 굉장히 견고하고, 시티팝적인 요소마저 느껴지게 만든다.
↑ DMZ피스트레인에서 공연하는 까데호(사진 까데호 인스타그램 캡쳐) |
아마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밴드 경연을 통해 그를 기억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밴드로 해외 투어를 활발히 진행했다. 더로즈를 두고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 록 밴드’라고도 하는 이유다.
↑ 지난4월 코첼라에서 공연 중인 더로즈(사진 더로즈 인스타그램 캡쳐) |
이렇게 다섯 밴드를 ‘요즘 알아두면 좋을 록 밴드’로 꼽아보았다. 해외 차트를 보더라도 록 뮤직보다는 R&B, 소울 등의 장르가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컨트리 뮤직을 배경으로 전 세계를 주름잡은 테일러 스위프트와 포스트 말론 등이 영향력이 엄청나지 않던가!
↑ 공연 중인 더로즈(사진 더로즈 인스타그램 캡쳐) |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각 밴드 인스타그램]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0호(24.10.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