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무원 가운데 가장 희귀한 직군으로 꼽히는 '필경사(筆耕士)' 합격자가 약 6년 만에 나와 지난 7월부터 필경사로서 업무를 시작한 가운데 역대 5번째 필경사인 유기원 인사혁신처 주무관이 언론을 통해 첫 대통령 명의 임명장을 쓸 때 "내가 대통령의 손을 잡고 글씨를 쓰는 느낌으로 썼다"고 밝혀 이목이 쏠렸습니다.
↑ '역대 5번째 필경사' 인사혁신처 유기원 주무관 / 사진 = 인사혁신처 제공 |
유기원 인사혁신처 주무관은 "대통령의 마음을 담을 수만 있다면 필경사는 없어서는 안 될 직군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필경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뽑는 인원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유 주무관은 지난 7월 응시번호 24539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지난 6월 28일자로 인사혁신처 홈페이지에 필경사 최종 합격자 1명이 공고됐었는데, 5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제 5대 필경사로 공식 임용된 겁니다.
필경은 '붓으로 밭을 간다'는 뜻으로, 필경사는 통상 1년에 약 4,000~7,000장의 임명장을 작성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유 주무관은 임용된 후 대통령 명의 임명장 500~600장을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유 주무관은 "하루에 임명장을 10장 쓰면 많이 쓰는 것"이라며 "임명장 종이는 한지를 특수 제작한 것이라 귀하게 다루고, 그만큼 글씨를 쓸 때도 매우 신중하게 임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일주일에 하루는 임명장에 국새와 대통령 직인을 찍기 위해 세종에서 서울로 출장을 간다"며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국새와 대통령 직인을 받아와서 내가 작성한 임명장에 직접 날인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썼을 때의 소감을 묻는 질문엔 "대통령이 내 오른손을 잡고 글씨를 쓴다는 느낌, 혹은 내가 대통령의 손을 잡고 글씨를 쓰는 느낌으로 썼다"고 회상했습니다.
유 주무관은 '노량', '경성크리처', '재벌집 막내아들'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글씨를 대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 주무관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처한 상황에 맞는 글씨를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필경사가 뽑힌 건 지난 2018년 11월 제 4대 필경사 김동훈 주무관을 선발한 지 약 6년 만으로, 지난 1962년 처음 생긴 이래 62년 동안 단 4명만 이 자리를 거쳐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