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인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주범 종신형 받고도 구속 안 돼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근 10년간 한인을 대상으로 살인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필리핀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최근 10년 아시아·태평양 한인 살인사건 피해 현황. / 사진=김영배 의원실 제공 |
오늘(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총 38명입니다.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의 한인 살인 사건 피해자는 86명으로, 필리핀이 절반에 가까운 44.2%에 달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일본(13명), 중국(5명) 등의 순이며, 두 나라에서의 피해자 수를 합쳐도 필리핀이 2배가 넘습니다.
살인을 포함해 강도, 강간·강제추행, 납치·감금, 폭행·상해 등 '최근 10년간 아시아·태평양 재외국민 강력범죄 피해 현황'의 경우 중국(1천119명)이 가장 많았고, 필리핀(451명), 일본(148명)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필리핀은 살인(38명)과 강도(102명) 사건 피해자 수가 두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중국은 각 5명(살인)과 19명(강도)이며, 일본은 각 13명(살인)과 3명(강도)입니다.
↑ 최근 10년 재외국민 강력범죄 피해 현황. / 사진=김영배 의원실 제공 |
특히 필리핀에서는 2016년 10월 한인 사업가 지익주(당시 53세) 씨를 납치 살해한 주범인 전직 경찰 간부가 최근 항소심에서 8년 만에 유죄가 인정돼 종신형이 선고됐지만 석 달 넘게 구속되지 않아 불안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필리핀 마닐라 항소법원은 지난 6월 26일 전직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인 라파엘 둠라오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현직 경찰관들이 자행한 이 사건은 잔혹한 범행 수법 때문에 동포사회 등 필리핀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주범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은 1심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을 인정해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이후 필리핀 경찰은 7월 중순쯤 한 차례 주범의 소재 파악에 나섰지만, 정확한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그는 대신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구속의 부당성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항소법원은 뒤늦게 지난달 17일에서야 주범에 대한 공식적인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필리핀 경찰은 계속 그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처럼 절차가 계속 늦어지자 외교 당국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필리핀 법무부, 내무부, 경찰청, 이민청 등에 대법원 상고 등 남은 절차의 신속한 마무리와
김영배 의원은 "피고인의 신병 확보를 위해 외교부와 한국대사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며 "복잡다단해지는 범죄로부터 재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부와 재외공관의 더 큰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