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 당 차원의 입장은 결국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 손에 넘어갔습니다. 석 달 넘게 내부 협의를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정을 위임한 겁니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등 투자상품에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 기타 250만 원 등) 수익을 올린 투자자에게 투자 이익에 대해 22%~27.5%(지방소득세 포함)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돼 2023년 도입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 미비, 투자자 시장이탈 가능성 등의 이유로 2년 유예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승하며 금투세를 밀어붙일 동력이 확보됐단 평가가 나오며 2025년 금투세 시행은 기정사실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내 분위기가 미묘합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진행한 MBN 단독 인터뷰에서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화가 날 만한 게 맨날 뺏기고 부당 경쟁으로 손해 보다가 가끔 한 번씩 돈 버는데, 거기에 다 세금을 내야 해 억울하다”며 “우리나라는 ‘지금은 하면 안 돼’라는 정서가 있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유예’를 선언했습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2022.2.25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
이 대표가 처음 금투세 관련 입장을 내놓은 건 대선 과정이던 2020년 2월.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 변화와 연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라며 “유가증권시장 증권거래금액에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 재원은 금융 소득세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향후에도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 맞불 차원으로 내놓은 건데 금투세 시행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대표의 입장 선회는 대선 패배 후 당 대표가 된 이후부터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공언했는데, 정치권 일각에선 표심에 민감한 이 대표가 차기 선거에서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적 유연성을 꾀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대표는 2022년 11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가 강행하자고 고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미 투자자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주가나 시장이 얼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지금 야당에서 추진해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이로부터 2년 뒤 2024년 7월 당 대표 재선에 나선 그는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보다 더 공개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근본적으로는 거래세와 연동돼 있어서 함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기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 대표는 금투세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린 뒤 시행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대표 후보 토론에서 “연간 1억 원 정도로 올려 5년간 5억 원을 버는 데 대해선 세금을 면제하자”며 구체적인 보완 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겁니다.
같은 기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금투세 협상을 의제로 올려야 한다며 공개 토론 등을 제안하며 압박에 나서자 이 같은 입장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됩니다.
↑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 / 사진=연합뉴스 |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16명의 의원이 금투세 관련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의총 내내 발언하지 않고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선의 박홍근, 윤후덕 의원과 재선의 오기형, 최기상 의원 등은 ‘내년 시행’ 및 ‘보완 후 시행’을, 4선의 이춘석, 재선의 정일영, 최민희 등은 ‘유예’를 주장했습니다.
시행론 쪽 의원들은 이미 여야가 2년 전에 내년 1월로 시행 시기를 합의한 만큼, 민주당이 금투세 유예 및 폐지 주장 시 향후 협상력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반면 유예론 쪽 의원들은 국내 주식시장 침체 상황과 개인의 해외 증시 투자가 늘어난 만큼 섣불리 도입할 시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이 대표가 금투세 결정권을 갖게 된 가운데
앞서 금투세 토론회 토론자들은 특정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건의서를 당 정책위에 제출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