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국산 샤인머스캣 인기가 급격하게 떨어져 1년 만에 대중국 수출이 50% 가량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선 기다렸다는 듯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대중국 한국 포도 수출 추이를 보면 ▲2017년 10만 달러 아래 ▲2018년 162만 달러 ▲2021년 834만 달러 ▲2022년 273만 달러 ▲2023년 138만 달러로 2021년에 정점을 찍고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전체 포도 중 샤인머스캣 비중이 지난해 기준 9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경쟁력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한국 샤인머스캣 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21년 22%에 달했는데 지난해 3%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 기사 댓글 캡처 |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요즘 샤인머스캣은 껍질 까서 먹어야 될 듯. 거봉이 더 새콤달콤 건강하게 맛난다", "샤인은 껍질이 너무 질겨.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솔직히 처음보다 당도가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죠", "요새 샤인은 맛이 없어요",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샤인머스캣이 처음 맛과 달라진 건 확실하다. 그러니 누가 찾겠냐"라며 신랄한 비판을 내놨습니다.
또 "날씨 탓인가? 비싸도 입안에서 톡 터지는 강한 단맛 때문에 사 먹었는데 이번 년엔 하나 같이 물 먹은 머스켓임", "요즘 나오는 샤인머스캣은 왜 이리 껍질이 질길까" 등 샤인머스캣 품질이 나빠진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댓글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진짜 샤인머스캣 맛이 변한 건지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과측과 전문연구원은 "올해 샤인머스캣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포도가 품위가 좀 안 좋다는 얘기들이 많다", 노정호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기초기반과 연구관도 "예전부터 예견했던 것이다. 농민들 대상으로 컨설팅하고 지도를 하고 있지만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론 되지 않았다"며 대체로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요?
노 연구관은 샤인머스캣 품질 고려 없이 재배량만 증가된 점을 꼬집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샤인머스캣은 원래 한 가지에 한 송이만 달고 당도가 18브릭스 이상 됐을 때 꽃이 만개한 후 105일 내지는 110일 정도에 재배를 해야 품질이 뛰어나다"며 "하지만 샤인머스캣이 다른 어느 품종보다 뛰어난 품종이라 한 가지에 두 송이씩 달려도 외관상 멀쩡하다. 다른 품종들은 과도하게 많이 달리면 사달이 나는데 샤인머스캣은 겉으로 보기엔 괜찮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관상 멀쩡해도, 한 가지에 샤인머스캣 두 송이가 달리면 안에선 맛이 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
노 연구관은 "결국 경제 논리다. 그램 수대로 돈을 받기 때문에 한 가지에 한 송이가 아니라 두세 송이를 달게 해서 양을 늘린다. 게다가 재배하기 편한 품종이라 기술이 없는 사람도 우리나라에서 샤인머스캣 재배를 쉽게 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다 익기도 전에 출하를 하다 보니 맛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박 연구원도 "아무래도 재배 면적이나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초반에 관리하던 것만큼 관리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부터 9월까지 고온이 지속됐는데 고온이면 알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아진다. 하지만 당도는 일찍 올라오다 보니 수확 시기를 늦출 수 없어 출하를 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품질이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진단했습니다.
폭염 영향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외면 받는 샤인머스캣, 생존 전략 없을까요.
노 연구관은 ▲엄격한 규격화 ▲저장기술 적극 도입 ▲포도 품종 다변화 등 3가지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노 연구관은 "샤인머스캣 규격화를 엄격하게 관리해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극도의 고품질을 가져가야 한다"며 "약 6개월까지 장기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실제 경북도에서 적용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샤인머스캣을 장기 저장할 수 있게 되면 홍수 출하를 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컨대 9월에 수확한 국내산 샤인머스캣은 일본과 중국산 샤인머스캣과 경쟁해야 하지만, 수확 후 저장해뒀다가 1월에 내놓는다면 독보적으로 팔릴 수 있다는 겁니다.
↑ (왼쪽부터) 홍주씨들리스, 슈팅스타 / 사진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제공 |
또 노 연구관은 "홍주씨들리스, 슈팅스타, 코코볼 등 차세대 포도 품종을 키워야 한다"며 "빨리 정착해 수출 시장에 내놓는다면 우리 농민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