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모친 "너무 슬프고 억장 무너져"
↑ 군사법원 앞 박정훈 전 수사단장/사진=연합뉴스 |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군사법원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한 서면 질문에 윤 대통령 측은 답할 수 없다는 취지로 어제(24일) 회신했습니다.
오늘(25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사건 8차 공판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의 회신이 왔으며, 신청서 내용에 윤 대통령 측이 답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3일 열린 7차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VIP 격노설과 관련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 등의 발언을 대통령이 했는지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묻고자 하는 사실조회 신청을 냈고 재판부가 이를 채택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어제(24일) '답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짧게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해병대 전 중앙수사대장 자리에서 박 대령을 직속상관으로 뒀던 박 모 중령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박 중령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통화 내용이 지난해 9월 공개된 바 있는데 당시 통화에서 김 사령관은 "우리는 진실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다",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박 대령이)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박 중령은 증인 신문에서 녹취 파일을 자신이 박 대령에게 줬다며 "사건 생기고 나서 돌아가는 모양이, 단장님(박 대령)이 억울한 것 같다고 느꼈다"면서 "파일을 단장님한테 드리면서 '군검찰도 군사법원도 국방부(소속이)니 어렵다, 2심 민간 법원에 나가서 할 때 쓰시라'고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녹취가 공개된 후 질책을 여러 번 받았다며 "어느 정도 군 생활을 잘해오던 저라는 사람이 한순간에 사령관님 등에 칼을 꽂은 사람이 됐다. 지금까지도 이것 때문에 힘들다"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판은 채 상병이 살아 있었더라면 전역했을 날인 26일 하루 전 열렸습니다.
채 상병 모친은 이날 대한민국순직국군장병유족회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내일이면 전역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가슴이 아린다"며 "다른 동기들이 누리는 작은 기쁨마저도 우린 누릴 수 없어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너무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적었습니다.
모친은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볼게"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공판에 앞서 박 대령 측이 군인권센터 등과 함께 마련한 기자회견에는 2014년 육군에서 선임병들의 구타로 숨졌으나 군이 '만두를 먹다가 질식사했다'고 허위로 발표했던 고(故) 윤
안씨는 "국가는 나라 지키라고 보낸 군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아이가 싸늘하게 돌아온 것인지 확인해 줄 의무가 있다"며 "박 대령의 양심을 지켜주고 싶고, 그래야 그런 박 대령을 보고 배울 후배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ikoto2306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