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들뜬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시민들과 달리 고향에 갈 수도 없고 가족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3년 전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로 온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인데요.
전민석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추석을 앞두고 광주 고려인 마을에 잔치가 열렸습니다.
일제강점기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국인의 후손들이 사는 곳입니다.
색연필로 복주머니를 칠해보고 삼삼오오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하지만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온 400여 명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한숨은 깊습니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온 정 밀라 씨는 사별한 남편의 무덤에 성묘를 갈 수 없었다며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 인터뷰 : 정 밀라 / 우크라이나 고려인
- "우리는 여전히 한국식 제사를 지내고 있어요. 지금은 친구와 형부, 제부가 남편의 묘지를 돌보고 있어요."
온 가족이 모이는 한가위지만 황 엘레나 씨는 남편과 생이별해 홀로 세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생활고로 남편이 올해부터 우크라이나에 돌아가 농사를 짓게 된 건데, 두 사람은 영상통화로 서로 안부를 확인하며 그리움을 달랩니다.
(현장음)
- "빨리 일이 끝나면 보고 싶다. 빨리 돌아와."
▶ 인터뷰 : 황 엘레나 / 우크라이나 고려인 아내
- "(비자 문제로) 저는 여기서 일할 수 없어요. 그래서 우크라이나에서 남편이 돈을 벌어서 우리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있어요."
전쟁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이들은 고국에 돌아가 가족과 평화로운 시간을 갖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전민석입니다. [janmin@mbn.co.kr]
영상취재 : 이권열 기자
영상편집 : 오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