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인민회의서 시정연설하는 김정은. / 사진=연합뉴스 |
북한이 다음 달 7일 남쪽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 등을 논의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제도화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15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제 32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고인민회의 제 14기 제 11차 회의를 10월 7일 평양에서 소집한다는 결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오늘(16일) 보도했습니다.
9개월 만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한다고 밝혀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영토 규정을 신설하고 통일을 삭제하라는 개헌 지시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정의한 뒤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한 표현을 모두 들어내라며 개헌을 주문했습니다.
헌법에 신설하는 영토·영해·영공 조항에는 그간 김 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며 '남쪽 국경선', 구체적으로는 '연평·백령도 북쪽 국경선'을 언급한 만큼 지명을 상세히 언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남한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라거나 동족으로 여기는 개념을 완전히 지워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주문대로 '북반부', '자유, 평화통일, 민족대단결'과 같은 표현이 헌법에서 모두 삭제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북한에 편입하는 문제, 한국을 제 1의 적대국·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양사업을 강화하는 문제 등도 헌법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 북한, 내달 7일 최고인민회의 개최…'통일 삭제' 등 개헌 논의 / 사진=연합뉴스 |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과 관련한 문제 외에도 경공업법, 대외경제법 심의채택과 관련한 문제, 품질감독법 집행검열감독정형과 관련한 문제를 토의할 예정이라고만 밝혔으나,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북러가 양국 관계를 사실상 군사 동맹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 조약의 제 22조에는 "이 조약은 비준받아야 하며 비준서가 교환된 날부터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북한 헌법상 '중요 조약'은 국무위원장 단독으로 비준 또는 폐기할 수 있지만, 북한이 지난 2000년 2월 러시아와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을 때는 그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비준받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독자 우상화 흐름에 맞춰 김 위원장의 혁명사상이 헌법 서문에 명시할지도 주목됩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최근 2∼3년 사이 자신만의 혁명사상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며 "김정은 우상화 행보와 맞물려 있어 기존 선대의 사상과 어떤 위상을 가질지가 관심"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사회주의물자교류법, 공공건물관리
회의에는 강윤석·김호철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고길선 서기장 등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했고 내각사무국, 성, 중앙기관 간부들이 방청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