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화된 정치와 예술 분야 상호작용 가능"
"유명인 지지, 공식 대선 TV토론보다 영향력 커"
“정치 팬덤화, 진영 대 진영 대결구도…바람직하지 않아"
↑ (왼쪽부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테일러 스위프트 / 사진=AFP 연합뉴스 |
오직 노래와 공연 작곡만으로 올해 10억 달러를 번 최초의 음악인, 미국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개 지지를 선언한 건데요. 지지 선언 게시물은 하루 만에 1천만 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그 날 하루만 33만 7,000 명이 유권자 등록 사이트에 접속하며 반향을 불러왔습니다.
10대에 데뷔한 스위프트가 30대를 맞이하자 그녀의 팬덤 또한 성년 유권자가 됐고, 청년층과 부동층 유권자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는 분석입니다.
↑ 사진=CNN 인스타그램 캡처 |
스위프트 지지 선언 이후 CNN 채널 등을 통해 살펴본 결과, “잘했어 테일러 (way to go Taylor)” “고마워 테일러 스위프트 (thank you Taylor swift)”라는 반응이 포착됐습니다.
이 외에는 “왜 평범함 사람들이 돈 많은 연예인의 생각을 신경 써야 하는가(Why should normal people care what a rich celebrity thinks?)” “그녀의 투표가 내 대출금을 지불하나? 식탁 위에 음식을 올려놓나? (By her voting, will she pay my mortgage? will she put food on the table?)” “연예인들은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celebrities need just to stay out of politics)” 등의 반발도 포착됐습니다.
새로운 정권을 만드는 이른바 ‘킹 메이커’로 떠오른 스위프트의 행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선호하는 연예인이 한 후보를 지지하면 팬들이 해당 정치인에 대한 호감을 가질 수 있다”며 “시시비비 가리지 않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좋게 보며, 그 정치인조차도 좋게 보이는 후광효과(halo effect)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치의 감성화’를 지적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감성화된 정치에 있어서 역시 예술 분야는 감성 아니겠나.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지지 선언을 하면 팬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감성화된 분야끼리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위프트는 팝스타지만 사실 컨츄리 베이스 가수로 미국 사회에서 보수적인 층에서도 지지층이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의 보수와 진보 사이의 판세를 흔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트럼프·해리스 첫 TV 토론 지켜보는 미국인들 / 사진=AFP 연합뉴스 |
그렇다면 유명인의 지지가 실제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걸까요?
스위프트의 정치적 발언은 2018년 자신의 고향인 테네시주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 명은 떨어지고, 한 명은 당선됐는데요. 지난 2020년 대선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 선언한 바 있습니다.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입니다.
신 교수는 스위프트의 지지가 TV토론보다 훨씬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토론을 잘했다고 상대 진영으로 바로 옮기지 않는다. 오히려 지지하는 사람이 잘 못하고 밀리면 상대방이 미워 보이는 형상이 벌어진다”며 “TV토론은 확증편향 강화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정치 양극화가 상당히 진행된 사회에서는 거의 영향을 못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곽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연예인들의 정치 활동이 많은데 본인의 인기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닌 소신도 있고 어떤 공약에 대해 자기 주관도 뚜렷하다”며 “이 경우 연예인 팬덤과 더불어 정치 팬덤도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처럼 미국에서는 스위프트 외에도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 연예인이 직업 정치인 못지않게 공개적으로 정치 성향을 드러내고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1950년 미국을 뒤흔들었던 반공운동 메카시즘 반발 성격이 크다고 해석합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조지프 메카시 상원의원은 “국무성 안에 당원증까지 가진 공산주의자 205명이 있다”고 폭로하며 정부, 언론은 물론 진보 성향의 예술계 인물들까지 대거 퇴출시키는 작업을 주도했습니다. 1960년 매카시즘 광풍이 끝나자 이에 대한 반발로 특정 정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문화가 정착된 겁니다.
이에 정 평론가는 “연예인들이 공개적으로 정치에 자기 입장을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우리나라도 좀 필요하지 않나’ ‘정치 문제에 있어서 자기 소신을 들어내지 못하는 환경이 좋은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소신을 드러낼 수 있는 풍토였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치 팬덤 문화에 대해서는 우려했습니다. 정 평론가 “정치가 팬덤화된다는 건 자기 진영과 타 진영 사이의 대결 구도처럼 흘러가는 것으로
곽 교수는 “정치적인 의견이나 투표권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건 중요하나 팬덤의 군중심리에 끌려가지 말고 이성적인 판단하에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면 우리의 감정이 격화되고, 군중심리는 비이성적으로 흘러버린다”고 경고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