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인 안젤라 게오르기우(오른쪽) / 사진=서울시오페라단 제공 |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때아닌 출연 배우 때문에 난감해졌습니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토스카' 공연의 주인공 '토스카'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돌발행동 때문인데요.
이날 12만원에서 20만원까지 푯값을 지불하고 무대를 찾은 관람객들은 SNS를 통해 "대체 어느 나라 공연장 문화냐", "내 돈 내고 이렇게 기분 상해서 돌아오는 경험은 오랜만" "잊히지 않을 정도의 무례한 태도"라는 비판 후기를 내놓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어제(9일)자 MBN<한국 관객 무시?...'무대 난입' 오페라 스타 '논란'> 보도를 보면, 당시 게오르규는 테너 김재형이 토스카에서 가장 유명한 곡 ‘별은 빛나건만’을 소화한 뒤, 객석에서 환호가 끊이지 않자, 앙코르곡을 부른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갑자기 무대 한쪽에 등장해 지휘자 지중배에게 음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겁니다.
↑ 사진=네이버 뉴스 댓글 캡처 |
이에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관객을 호구로 본 듯", "마지막도 아니고 꼭 중간에 앙코르 했어야 했나", 독창회도 아니고 오페라 중 앙코르라니", "갑자기 앙코르 하면 흐름 끊겨서 배우들도 감정이입 못 한다", "오페라 중간에 앵콜 받아 아리아 한번 하는 문화로 바뀌었나"며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페라 앙코르는 이른바 '민폐'인걸까요?
장일범 클래식 음악평론가는 “그렇지 않다”며 "오페라 초기에는 악장이 좋으면 앙코르를 수도 없이 하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지연되자 현대에 와서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흘린 눈물’ 등 사랑을 많이 받는 곡들은 여전히 앙코르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별은 빛나건만’ 곡도 앙코르를 많이 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푸치니 '토스카(Tosca)'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그렇다면 대체 왜 게오르규는 “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격하게 항의를 했고, 커튼콜 당시에는 관객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퇴장한 걸까요.
장 평론가는 "오페라 가수 중 본인이 앙코르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자신보다 테너가 더 조명을 받는 데 질투를 느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올드스쿨 디바'로 불리는 안젤라 게오르규는 코벤트 가든과 메트로폴리탄, 빈 슈타츠오퍼에서 최고의 비올레타와 미미로 평가받고 있던 인물인데, 관심이 분산되자 돌발행동을 했다는데 무게를 둔 겁니다.
특히 “옛날에는 테너와 소프라노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고 자기 자신이 제일 잘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항의 취지는 이해하겠는데 오랜 시간 관객과 연주자들 사이에 묵시적으로 용인된 걸 무시하는 처사”, “오페라도 관객이 있어야 빛나는 것 아닌가” 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오페라를 주관한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한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해당 해프닝 관련해서 불만 사항 문의는 있지만, 아직 환불해달라는 관객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토스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연인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김재형. /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정민아 디지털뉴스 기자 jeong.minah@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