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를 찍은 학원농장 메밀밭,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한 고창읍성. 산, 습지, 바다, 갯벌, 강 등 모든 자연 자원을 갖춘 고창은 특유의 풍부한 자연 환경 때문에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빼어난 서해안 낙조를 지닌 고창 해리면 동호 해변은 그 실제 풍경을 아는 이가 많이 드문 곳. 고창의 히든 비치, 동호 해변에서 즐긴 짧았던 천국과 함께, 고창이 지닌 여러 보물들을 소개한다.
노을도 잠시 쉬었다 가는 곳, 고창 동호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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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해변, 동호해변 송림 |
고창이 지닌 보물 가운데는 붉은 동백과 ‘상사화’로 불리는 꽃무릇으로 유명한 선운사를 지닌 선운산도 있지만 그만큼이나 유명한 바다 자원, 그 중에서도 서해안 낙조를 빼놓을 수 없다. 서쪽으로 70킬로미터가 넘는 긴 해안선을 끌며 서해와 맞닿아 있는 고창, 그 중에서도 동호해변은 남북으로 해변을 따라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이다. 해질녘 동호해변에 서 본다. 낙조를 찍기 위해 많은 사진 작가들이 출사를 오는 해변에 서니, 송림을 타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귓가를 간질인다. 서해라면 응당 그래야 할 듯 잔잔한 파도를 생각했다가 해변 끝자락에서 바위를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강한 파도에 조금 놀라게 된다.
4킬로미터에 달하는 백사장의 모래는 가늘고 경사가 완만한데 해수 염도가 높아 피부병, 신경통 환자들의 해수욕과 모래찜질 장소로 유명하다. 특히 단단한 바닥은 평평해 아이들과 함께 갯벌 체험을 즐기기에도 좋은데 썰물 때에 동호해변을 찾으면, 빛나는 별처럼 갯벌 위에서 하얗게 몸을 드러낸 온갖 조개와 게를 잡으러 온 관광객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동호 해변의 해리면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로 등재된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 저어새, 황새 등이 서식한다. 낙조를 즐긴 뒤에는 동호해변 근처에 위치한 풍천장어 식당에서 복분자와 함께 양기를 불어넣어 보자.
Info
동호 비치 호텔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해리면 구동호 1길 42
고창 컨트리클럽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심원면 애향갯벌로 70
해수욕 후에 즐기는 루프톱 인피니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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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 비치 호텔 루프톱 수영장, 동호 비치 호텔 1층 수영장 |
여름 해변에서 해수욕과 갯벌 체험을 즐겼다면 이제 숙소로 들어가 야외 수영장을 즐길 차례. 동호 해변 바로 앞에는 지상 4층 규모에 총 32개 객실을 갖춘 신상 풀빌라 동호 비치 호텔이 서 있다. 1층에는 프라이빗한 휴식이 가능한 야외수영장, 루프톱에는 동호해변이 보이는 인피니티풀 등 객실 전용 야외 풀장이 2곳이나 있어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다가 숙소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호텔 이용객에게 수영용품도 무료로 빌려주는 데다, 미끄럼틀이 설치된 유아용 풀과 보트를 띄운 성인용 풀이 분리돼 있어 가족 단위로 함께 수영을 즐기기 좋은 장소. 루프톱 야외 수영장 풀 사이드에 놓인 선베드에 누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서해안 낙조를 즐긴다. 그리고는 객실로 돌아와 테라스마다 설치된 자쿠지 제트스파 월풀 욕조에서 2차 물놀이를 즐겨보자. 자쿠지에서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 낙조는 서해안 여행이 지닌 가장 큰 호사. 동호 비치 호텔은 2인 기준 스탠다드(14평)부터 4인 기준 최대 8인까지 묵을 수 있는 럭셔리 스위트(63평)까지 객실 타입이 다양하다. 전 객실에 정수기, 간단한 취사가 가능한 플레이트 등 키친 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며, 1층 카페 및 레스토랑에서 조식이 가능하다.
여행 멤버들 가운데 골프를 좋아한다면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고창 CC를 이용할 수 있다. 고창컨트리클럽은 23만 평 대지 위에 조성된 21홀 골프장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드넓은 호남 평야 위에 페어웨이가 자리해 있다. 2006년 개장, 이미 골퍼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고창CC는 18홀 라운드가 아쉬운 이들을 위해 3홀을 추가했다. 바다코스(9홀) 전장 3193미터, 푸른코스(9홀) 전장 3242미터, 하늘코스(3홀) 전장 945미터로 구성돼 있으며 바다가 인접해 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 탁 트인 코스 경관을 확보한 골프장이다. 평지임에도 불구, 바람의 방향이 시시각각 달라진다는 점, 전략적으로 배치된 벙커와 해수를 끌어들인 자연적인 워터 해저드는 싱글 골퍼일지라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매력으로 골퍼를 유혹한다.
복분자와 풍천 장어, 바지락의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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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바다마을 장어구이, 아래 모꼬지 함초 바지락솥밥 |
고창에 왔다면 복분자와 풍천 장어를 놓칠 수 없다.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 분(盆)’을 결합한 ‘복분자(覆盆子)’는 양기를 일으키는 효과 외에도 피부를 곱게 하고 흰머리가 생기지 않게 하며 눈도 맑게 하는 술이다. 풍천 장어는 선운산 어귀 바닷물과 밀물이 합해지는 주진천 지역을 부르던 ‘풍천’이라는 지명이 그대로 굳어진 것. 실뱀장어가 민물에 올라와 7~9년 이상 성장하다가 산란을 위해 태평양 깊은 곳으로 회유하기 전 바닷물과 밀물이 합해지는 지역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잡힌 장어를 부르는 말이다. 옥황상제가 고창 지역에서 살다가 죽어서 하늘로 온 사람들에게 풍천장어 맛에 대해 물어 본다는 말도 전해져 내려온다. 동호 해변 주변에는 고창 복분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풍천 장어 식당이 많은데, 특히 ‘바다마을 장어구이’는 테이블과 좌석이 넓은 곳으로,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자랑한다. 직원이 초벌해 온 장어를 직접 구워주는데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반반 주문도 가능하다.
장어와 복분자 세트를 맛봤다면 바다 해초인 함초로 만든 짭조름하고 고소한 함초 부침개와 함께 잘 구워진 고창 김에 싸먹는 바지락 솥밥을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고창에서 최초로 지주식 김 양식을 시작한 어부 아버지를 필두로 40년간 양식장을 운영해 온 어부 가족이 고창 바다의 명품인 바지락을 알리고 싶어 최근 오픈했다는 ‘모꼬지 함초 바지락 식당’은 모녀의 끊임없는 연구로 탄생시킨 바지락 육수가 전매 특허. 20년 이상 바지락 양식을 해온 만큼, 화학 조미료 없이 오로지 바지락으로만 깊은 감칠맛을 낸다. 특히 제철 과일과 직접 담근 매실액으로 만든 바지락초무침은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딸의 비기. 고창에서 장어와 복분자뿐 아니라 미각을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스폿을 찾고 있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Info
바다마을 장어구이 전북 고창군 해리면 명사십리로 914
모꼬지 함초 바지락 식당 전북 고창군 석정2로 171
그 외 가볼 만한 고창 여행지
선운사와 선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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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으로 뒤덮인 선운산도립공원 |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는 선운산은 예로부터 많은 시인들이 찬탄을 아끼지 않은 곳으로, 계곡과 산비탈을 수놓는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답다. ‘대장금’, ‘곡성’ 을 촬영한 이 곳은 197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 곳곳의 기암괴석이 봉우리를 이룬다. 이 곳에 ‘상사화’라 불리는 붉은 꽃무릇으로 유명한 고찰 선운사가 자리하고 있다. 눈 내리는 한겨울에는 붉은 동백꽃을 피워내 많은 시인 및 묵객들이 오래 전부터 찾는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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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비 13m 높이 13m에 달하는 보물 1200호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
고창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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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읍성 |
길이 1,700미터, 높이는 4~6미터의 고창읍성은 ‘모양성’으로도 불리는 호남 내륙의 군사적 요충지다. 조선 초만 해도 서해안을 통한 왜구의 침범이 심했기에 백성들의 집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조선 단종 원년(1453)에 만든 성으로 동헌, 객사 등의 옛 건물들이 어느 정도 복원돼 있다.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고 전해져 온다. 특히 해가 지면 1,684미터의 성곽을 따라 조명이 들어와 야간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곳. 매년 10월 열리는 모양성제의 핵심행사는 바로 ‘성 밟기’. 여성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성밟기를 하는데 이 장관을 구경하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구석에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대나무숲인 맹종죽림이 있다.
고창 고인돌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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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고인돌유적지 |
전라도 화순과 경기도 강화와 더불어 이름난 고인돌 분포지역인 전북 고창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공원이 있다. 기원전 1000년 경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석묘(고인돌)군으로, 촘촘하게 세워진 총 447기가 분포되어 있다. 고인돌박물관·선사마을 재현공간·체험실습장·탐방로·편익시설 등이 함께 있다.
운곡 람사르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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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곡 람사르습지 |
2011년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운곡습지는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됐다. 폐농경지가 30여 년 동안 자연스럽게 생태 회복이 된 곳으로 훼손이 없도록 데크 길 역시 한 사람이 딱 지나가게 폭을 조절한 코스가 돋보인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 및 황새와 2급인 삵, 담비, 팔색조,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 8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청보리 학원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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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메밀밭 |
‘도깨비’ 촬영지인 고창 학원농장은 여름이면 해바라기 꽃밭으로 변신하고, 9월에 접어들면 10만 평에 달하는 넓은 들판에 메밀꽃이 피어난다. 때에 맞춰 봄에는 청보리축제, 여름에는 해바라기 꽃 잔치, 가을에는 메밀꽃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웰컴투 동막골’, ‘백일의낭군님’, ;육룡이나르샤’,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로 30여 만평에 달하는 공간감을 자랑한다.
상하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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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농원 |
빵, 햄, 참기름, 소시지 및 치즈, 과일 등 먹거리를 체험하고 가공해보는 공방과 레스토랑 및 카페가 있는 농원이다. 양떼 및 젖소 농장 등에서 먹이를 주며 동물과 교감하고 스파, 수영장, 글램핑과 빌리지 등에서 숙박도 체험하는 농촌형 테마공원으로, 농부의 헛간을 콘셉트로 한 파머스 빌리지에서 자연 속 팜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다. 슬라이드와 온수풀, 스낵바가 완비된 파머스빌리지 야외 수영장과 허브향 가득한 숲속 노천탕은 특
히 인기. 올해 연말까지 상하농원 입구 앞 전시관에서 ‘삼양그룹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려,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한 키링과 페이퍼 안경 만들기를 상시 운영하며, 10월까지는 달고나 체험도 가능하다.
[Word 박찬은 기자 Photo 박찬은, 고창군청, 한국관광공사(구완회 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3호(24.8.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