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오르는 것 같은 요즘. 식사 한 끼도 꼼꼼하게 따지게 되는 ‘스크루지’ 스타일의 미식가가 고른, 가격도 좋지만 맛 또한 훌륭한 가성비 좋은 식당을 소개한다.
주유소식당 #을지로노포 #힙지로낙지백반
을지로 4가, 주유소식당은 주변 상인들과 직장인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집밥처럼 편하게 식사하고, 반주 한잔 기울이기 좋은 인기 식당이다. 12시부터 테이블 불판엔 하나둘 낙지볶음이 보글보글 끓는다. 인기메뉴 1위는 단연 낙지백반. 통통한 낙지와 매콤한 양념으로 코가 알싸해지는 매운 향은 입맛을 싹 돌게 한다.
낙지볶음을 먹기 전 밑반찬 역시 쉴 새 없이 젓가락 세례를 받는다. 제철나물, 무생채, 멸치볶음, 생선조림, 생고추와 된장 등 계절마다 달라지는 4~5가지 반찬은 양도 푸짐하고 맛있다. 낙지 한 수저를 푸짐하게 퍼 콩나물, 무생채를 넣고 김가루까지 뿌려 먹으면 꿀맛이다. 찌개백반도 고수의 맛이다. 청국장, 된장찌개, 동태찌개까지 시원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서울식당 #남대문맛집 #남대문칼국수골목
“또 나와요?” 오마카세(맡김차림)처럼 계속 나오는 칼국수집이 있다. 회현역 5번출구 쪽 남대문 칼국수 골목은 10여 개의 점포가 붙어있는 야장 식당이다. 보리밥, 찰밥을 고르면 칼국수, 비빔냉면을 서비스로 먹을 수 있는 곳. 야채 보리밥을 먹다가 국물이 당길 때 등장하는 멸치 국물 베이스의 칼국수, 배를 어느 정도 채웠다 생각할 때 등장하는 매콤새콤한 비빔냉면… 이 완벽한 맛의 하모니에 수저를 놓을 새가 없다. 운 좋게 새로 밥을 하는 타이밍에 맞춰진다면 찰밥 누룽지를 서비스로 먹을 수 있을지도. 비좁고 복잡한 곳이지만, 활기찬 시장의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다.
왕판생국수 #동대문맛집 #제면제가
매일 직접 뽑은 생면으로 끓인 국수를 천 원짜리 몇 장에 먹는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곳만의 면발과 국내산 멸치로 담백하게 우린 멸치국수는 그야말로 정면 승부다.
더워도 꼭 먹어야 할 만큼 진하고 깔끔하다. 여름 계절 메뉴인 냉메밀, 진한 콩국수 역시 별미. 별거 들어간 거 없어 보이지만 후루룩 한입에 입맛 딱 잡아주는 비빔국수는 알고 보니 소스가 별미다. 이 정도면 동대문 단골 리스트 업데이트는 필수다.
[글과 사진 최유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1호(24.8.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