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지진에 있어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웃의 일본이나 중국에서 강진이 일어나도 그것은 판의 경계에 위치한 일본, 중국의 상황이라고 여겼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2011년까지 지진 발생 횟수는 970회나 된다. 이 중 2009년은 60회, 2011년에는 52회를 기록했다. 점점 지진의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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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
#1 지난 6월 12일 오전 8시 26분 49초,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깊이는 8km이고 여진은 11차례나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단층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 단층의 영향으로 밝혀졌다. 이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은 물론 전북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했다. 그런데 이 지진이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비해 충격을 준 이유는 그동안 비교적 지진 안전 지대로 여겨지던 한반도 남서쪽인 호남지역, 내륙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의 그 어느 곳도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2 지난 2월 19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3 지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총 106회 발생했다. 이는 2022년 77회보다 많고 디지털 지진계가 도입된 1999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평균 지진 발생횟수 70.8회에 비해 증가한 수치이다. 이 중 규모 3.0 이상은 16회, 규모 2.0 미만으로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미소지진은 706회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당장 지진 위험에 처하지는 않는다. 다만 단층이 많은 동해 지역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역사적 기록에도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기록되었다’며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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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3 2023년 전 세계에서 규모 6 이상의 지진은 129회, 규모 7 이상의 강진은 19회가 있었다. 이 중 2월 6일 튀르키예 규모 7.8 지진이 가장 강했다. 특히 이 19회 가운데 규모 7 이상 지진 중 95% 이상이 유라시아 지진대와 호주판 북동쪽 경계지역이라고 밝혔다. 근래 몇 년 사이 가장 큰 지진은 2021년 7월 29일 발생한 규모 8.1의 미국 알래스카 남부 해역 지진이다.
#4 2024년 4월 12일, 미국 뉴욕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진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대륙판의 경계나 단층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판 내부에서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판 내부는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이후 규모 6 이상의 판 내부 지진은 총 20회. 이는 판 경계나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에 비하면 약 1% 규모이다. 하지만 지진에 대한 연구나 대비가 판 경계나 단층에 집중돼 판 내부 지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 따라서 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 역시 언제든지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반도 강진 예측, 최대 규모 6.5~7.0
지진은 한파, 폭설, 가뭄, 홍수 등등과 더불어 자연재해이니 이를 예방할 방법은 사실 없다. 단지 연구하고 대비해 피해를 최소한 하는 것이 최상이다. 옛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지진에 대해 ‘신들이 지구를 들고 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지구가 무거워지자 신들이 사람들을 지구에서 떨어뜨리려고 지구를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지구를 흔든다’는 표현은 정확하다. 마치 누군가 지구를 흔들고 내팽개치는 듯한 충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진 규모에 ‘리히터 규모Magnitude’를 쓴다. 이는 미국의 지진학자 리히터 박사가 캘리포니아의 지진 자료를 바탕으로 지진이 분출하는 에너지의 크기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보통 규모 2.0 이하는 사람이 느끼기 어렵고 규모 3.0 이상이면 사람이 지진 발생을 알 수 있다. 규모 4.0 이상은 진동을 느끼고 규모 6.0 이상은 건물의 약 30% 이상이 파괴되고 산사태가 일어나면 지표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규모 7.0 이상은 그야말로 대지진이다.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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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 픽사베이) |
그동안 한반도는 지진에 있어 비교적 ‘안전지대’로 인식되어 왔다. 이웃의 일본이나 중국에서 강진이 일어나도 그것은 판의 경계에 위치한 일본, 중국의 상황이라고 여겼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지진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판plate’의 이동으로 판구조론이다. 지구에는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필리핀판, 인도판 등 약 15개의 판이 있다. 이 판들이 부딪치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로 한반도의 생성 자체가 유라시아판 중 남중국판과 북중국판의 충돌과 이동으로 생성되었다. 이는 한반도가 이른바 환태평양의 ‘불의 고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야기다. 불의 고리에 있는 일본은 2000~2022년까지 연평균 규모 5.0 이상 지진이 114.5회 일어났지만 한국은 0.3회이다. 그러나 2011년 일본의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동쪽이 일본으로 조금 끌려가면서 지반이 약해져 지진의 빈도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유라시아판에는 남쪽에서 인도판이, 동쪽에서는 태평양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판의 운동에 의한 압축력을 한반도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 같은 연구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만약 한반도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그 규모를 최대 6.5~7.0이라고 예측한다. 이는 지금까지 지진 계기관측 이래 가장 강한 지진이었던 2016년 9월 규모 5.8 경주 지진의 63배의 위력이다.
소방방재청이 시뮬레이션한 연구를 보면 만약에 규모 7.0의 지진이 서울 지역에서 발생하면 전국에서 약 67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역사적 문헌에 나온 지진 횟수 총 2213회
다양한 역사서,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는 지진에 대한 기록이 총 2213회 적혀 있다. 그 첫 기록은 서기 2년 고구려 유리왕 때이다. 삼국시대인 779년 혜공왕 때 경주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해 ‘민옥이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 명이었다’라는 기록이 있고 또 1643년 7월 24일 울산 근처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서울과 전라도에서도 그 강도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1596년에는 ‘평창에 우레와 같은 지진이 일어나 집이 흔들리다가 한참 후에 그쳤다. 정선 땅에서도 지진이 일어나 서쪽으로부터 동쪽을 향하여 울리는 소리가 하늘을 진동했고, 지붕의 기왓장이 흔들려 거의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사람들은 모두 놀라 정신을 잃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적혀 있다. 또 규모 6.0 이상으로 보이는 지진도 1518년 한성, 1681년 양양에 발생했다.
1978년 디지털 지진 계측이 실시된 이후 지진은 빈번히 일어났다. 1978년 9월 16일 충북 속리산 부근 규모 5.2, 1980년 1월 8일 평북 서부 위주 삭주 부근 규모 5.3, 2003년 3월 30일 인천 백경도 서남서쪽 88km 해역 규모 5.0, 2007년 1월 20일 강원 평창군 북북동쪽 39km 지역 규모 4.8,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km 지역 규모 5.8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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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 픽사베이) |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큰 지진은 1960년 5월 22일 칠레 남부 발디비아 지진으로 규모 9.4~9.6의 대지진이다. 그 여파로 하와이, 알래스카, 필리핀까지 쓰나미가 밀려왔고 약 25m 높이의 쓰나미가 칠레 해안을 덮쳐 약 6,000명이 사망했으며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물론 약 3,800년 전 칠레 북부에 규모 9.5의 지진이 발생해 쓰나미가 8,000km 떨어진 뉴질랜드까지 밀려왔다는 의견도 있다.
칠레 발디비아 지진 다음은 1964년 3월 27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규모 9.2로 130명이 사망했는데 피해 규모가 무려 3조 억 달러였다. 세 번째는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발생한 규모 9.1 지진으로 10m 쓰나미를 유발하며 22만 8,000명의 사망자와 17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동일본지진 역시 규모 9.0의 강진으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가동 중단되었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지진도 있다. 1556년 1월 23일 중국 산시성 규모 8 강진으로 83만 명의 사망했다. 1976년 7월 27일에는 중국 당산에서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해 사망자 25만 5,000명이 발생했다. 1138년 8월 9일 시리아 알레포 지진은 약 23만 명, 2010년 1월 12일 아이티 규모 7의 지진으로 사망자 22만 2,570명에 130만 명의 이재민이 생겨났다.
내진 설계 강화, 지진 예보 시스템 구축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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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픽사베이) |
학자들은 규모 6.0의 지진은 TNT 1메가t이 터졌을 때의 위력이라고 한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30배 이상의 위력이다. 단층, 지진 예측 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지난 4월 3일 대만 동부 화롄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지진을 참고할 필요가 없다.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면 일상이 무너지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사망자가 최소로 발생하고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대만 역시 쓰라린 경험에서 지진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과거 2016년 규모 6.4의 지진에 당시 116명이 사망했고 1999년 난터우현 지지에서 규모 7.7의 지진으로 2,41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대만 정부는 내진 설계 강화,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았다. 이 같은 대비가 있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상반기 기준 상반기 전국 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 중 내진 설계 건축물은 16.4%로 지진
에 무심한 편이다. 한반도, 이제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다.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 그때의 위기를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많은 준비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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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6호(24.7.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