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회사라고 판단해서 거금을 투자했는데, 하루아침에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해 내가 산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그러게 잘 알아보고 투자했어야지' 하고 투자자를 탓하기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이런 일이 꽤 자주 일어납니다.
피눈물 흘리는 소액주주들의 이야기, 김태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기자 】
바이오기업 '셀리버리' 주주들이 법원에 피켓을 들고 임시 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촉구합니다.
성장성 특례상장 1호로 2018년 코스닥에 상장한 셀리버리는 한때 주가가 10만 원을 넘었지만, 재무상태가 악화하며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셀리버리 주주
- "(평단가) 5만 원대가 굉장히 많으시고 그리고 장기로 하셨던 분들은 2만~3만 원대도 있으세요. 저희 주주 연대만 해도 피해액이 640억 원이 좀 넘습니다."
1년 전만 해도 "목숨을 걸겠다"며 주주들 앞에 무릎 꿇고 회사 정상화를 약속했던 회사 대표.
1년 뒤 열린 주주총회에선 4시간이나 늦게 나타나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 마이크를 잡더니 모든 안건을 부결시켜버렸습니다.
- "이게 무슨 주총이야? 성립이 안 됐는데, 부결?"
경영진 입장을 듣기 위해 찾아간 회사, 직원들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사무실 불을 꺼버리고 인터뷰를 거부합니다.
▶ 인터뷰 : 셀리버리 관계자
- "인터뷰 의향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정지된 이화그룹 주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스로 상장폐지는 막았지만, 1년 넘게 이어지는 거래 정지 상황에 주주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 인터뷰 : 김 현 /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대표
- "세상을 등지신 분들도 계시고, 공황장애로 시달리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자체가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인 회사밖에 없다라는 것…."
이렇게 소액주주들이 장기투자하기엔 고통스러운 상황이 잦다 보니 올해 주식거래량의 절반이 단타 매매일 정도로 국내 증시 신뢰도는 추락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국민연금까지 연일 고점을 찍는 해외 증시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소액주주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태형입니다. [ flash@mbn.co.kr ]
영상취재 : 강두민 기자, 정상우 VJ
영상편집 : 김민지
그래픽 : 유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