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앞바다에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가 조성 중입니다.
신재생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어민들 사정은 다른데요.
몇십 년씩 어업을 해왔는데, 적절한 보상은커녕 조업조차 제대로 못 하고 바다에서 쫓겨날 상황입니다.
정치훈 기자가 어민들을 만나봤습니다.
【 기자 】
배를 타고 신안 자은도 앞바다로 나갑니다.
대형 선박에서 작업이 한창이고, 한참 더 달려가니 커다란 기둥이 바다에 박혀 있습니다.
99메가와트급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공사에 앞선 2021년 사업설명회 당시 풍력단지 측은 송전케이블이 어장 끝을 살짝 스쳐 지난다고 어민을 설득했습니다.
큰 피해가 없을 거란 말만 믿고 어민들은 공사에 동의했지만, 실제 설계도는 달랐습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바다 위 풍력 발전소와 육지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이 해저케이블이 어민들의 어장 한가운데를 지난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천명산 / 어민
- "피해가 없다 하기에 어업을 해도 피해가 안 간다는 조건하에 승인을 해 줬는데, 나중에 보니까 (말이 달라요.)"
닻을 내려 그물을 걸고 물고기를 잡는 낭장망 어업의 특성상 어민들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조업할 수 있습니다.
해상풍력발전은 해저 케이블을 깔기 전 바닥을 평평하게 긁어내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벌써 낭장망 그물을 걸어놓은 닻 여러 개가 사라졌습니다.
어민들은 해상풍력 케이블 공사를 의심합니다.
▶ 인터뷰 : 정광복 / 어민
- "와서 보니까 닻이 없어요. 한번 보세요. 지금 여기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거 다 잘라 버렸다는 얘기 아닙니까?"
3년 전 풍력단지 측에 공사 승인을 하며 합의한 금액은 1천만 원.
잃어버린 닻과 그물 한 묶음 가격도 안 되는 돈입니다.
참다못한 어민들은 풍력단지 측에 속았다며, 가처분 소송에 들어갔습니다.
해상풍력단지 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