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 조사'는 이제 첫발…조사 완료는 2036년에나
↑ 지진으로 금이 간 학교 담벼락 / 사진=전북자치도교육청 |
오늘(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은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지금까지 유라시아판에 위치한 한반도는 판 경계에 있는 일본과 같은 지역보다 지진이 위험이 적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보면, 2000~2022년 일본의 연평균 규모 5.0 이상 지진 횟수는 114.5회인 것에 반해 한국은 0.3회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규모 2.0 미만 미소지진을 제외한 '지진다운 지진'이 연평균 70.8회 발생합니다. 한해 발생하는 지진 대부분은 규모가 2.0대에 머물며, 이번처럼 4.5가 넘는 강진은 매우 드뭅니다. 실제로 1978년부터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이상 지진은 이번까지 포함해 28번에 그칩니다.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발생한 경우는 13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없었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강진이 없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동쪽이 일본 쪽으로 끌려가면서 한반도가 과거보다 3㎝ 정도 넓어지고 지반이 약해져, 과거보다 지진이 빈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일대 응력 불균형이 생겨 지진이 급증했다가 현재는 다소 줄었지만, 응력이 (지반) 깊은 곳으로 전이되면서 진원이 깊은 지진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계에선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최대규모를 '6.5~7.0'으로 봅니다. 규모 7.0 지진이면 기상청이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했던 지진인 2016년 9월 경주 지진(규모 5.8)보다 위력이 63배 강합니다.
↑ 사진=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
문제는 한반도 지진을 일으킨 단층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입니다. 이날 지진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진이 발생한 곳에 어떤 단층이 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습니다.
홍 교수는 "주변 지표면 쪽에 단층은 알려져 있는데, 이 단층이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지하 8㎞)까지 연결됐는지 등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최대 규모가 7.0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규모 4.8 지진은 언제 어디서나 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더구나 그동안 규모 4.0 이상의 강진은 주로 경북 지역 등을 중심으로 발생했습니다. 전북 지역에서 4.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반도 단층 조사는 이제 '걸음마'를 뗀 상황입니다. 지난 2016년 9월 규모 5.8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사업이 시작됐고, 현재 영남권(한반도 동남부)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조사가 겨우 끝난 상황입니다.
1단계 조사에서는 지질학적으론 최근인 '현재부터 258만년 전 사이(신생대 제4기)'에 한 번이라도 지진으로 지표 파열이나 변형을 유발한 단층인 활성단층이 14개 확인됐습니다.
현재 2026년까지 한반도 중서부(수도권)와 중남부(충청권) 단층을 조사하는 2단계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3단계(호남권)와 4단계(강원권)를 거쳐 4단계 조사가 완료되는 시점은 2036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그때까지 한반도의 정확한
박은진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피해가 큰 지진을 겪지 않아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으로 인해 관련 연구가 미흡한 상태"라며 "지진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지진 피해 최소화와 발생 후 대처를 위한 관련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