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리테일 김대종 상품기획자(MD) / 사진=MBN |
"최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고 있어요. 운동하려고요. 10kg이 쪘거든요."
GS리테일 김대종 상품기획자(MD)는 최근 유행하는 '점보라면' 시리즈를 만들면서 "몇십 번 시식하기도 하고, 8인분 양을 혼자 먹을 때도 있어서 살이 많이 쪘다"고 말했습니다.
상품기획자, MD(merchandiser의 약자)는 상품의 기획과 판매를 위한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직업으로, 김 MD의 경우 보통 1년에 상품 10개 이상을 기획합니다. 상품 하나가 출시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입니다.
↑ GS25가 출시한 점보라면 시리즈 / 사진=MBN |
“점보라면'의 흥행 뒤에 어떤 노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 MD는 "재미를 유발해야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펀슈머(fun + consumer)’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MZ세대 사이에서 ‘재미’는 구매까지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는 "챌린지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커뮤니티를 많이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오모리 점보 도시락’에 들어가는 어묵도 커뮤니티에서 트렌드가 됐던 조합"이라며 "유행을 반영해 출시하니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점보라면' 기획의 배경에는 '엔데믹'과 '챌린지 먹방 콘텐츠의 유행'이 있었습니다. 김 MD는 "코로나가 끝나면서, 다 같이 모여 놀러 가는 일이 많아질 거라 생각했다"며 "최근 SNS에서 많은 양의 음식 또는 특이한 음식을 먹는 '먹방 챌린지'가 유행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재미'를 겨냥해 기획한 '점보라면'의 제작 과정이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았습니다. 협력사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김 MD는 국내 라면 대기업 5개 사에 직접 연락하고 PT도 진행했지만, ‘큰 라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 당했습니다. 일반 라면의 생산 라인에는 인력 1~2명만 필요하지만, 점보 라면의 경우 32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인력, 효율성 문제도 걸림돌이었습니다.
갖은 시행착오를 거쳐 출시한 ‘점보 도시락’은 성공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네 번째 시리즈까지 출시됐습니다. 김 MD는 "현재 다섯 번째 시리즈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이제 MZ세대는 소비 시장의 선두에 섰습니다. 제품 홍보 효과에 있어서 ‘TV 광고’보다 ‘챌린지의 유행’이 앞서 나간 지는 오래입니다. 김 MD는 “가장 효과가 좋은 홍보는 고객이 직접 상품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이라며 “기획 과정에서도 바이럴 효과를 고려한다”고 전했습니다. 모든 업계에서 MZ세대를 겨냥한 제품들을 출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 GS25가 해태와 공동 기획한 '타코야끼볼 청양마요맛' / 사진=MBN |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뻔한 것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가방에 작은 인형이나 키링을 하나씩 달고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 휴대전화 케이스를 취향껏 꾸미는 ‘폰꾸’, 본인만의 개성을 담아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의 유행을 통해 본인만의 색깔과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MZ세대의 특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축이 되면서, 신제품 기획의 지향점도 함께 변화했습니다. 기존 상품을 기획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보편적으로 인기 있을‘ 상품을 목표로 했다면 현재는 ’독특한‘, ’특이한‘, ’남들과는 다른‘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 GS25가 롯데웰푸드와 공동 기획한 '칸쵸타드' / 사진=MBN |
편의점 상품기획자(MD)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MD는 “PB 제품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에는 PB 제품이 ‘가성비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색다른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기획 과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는 “기존에는 ‘저렴하고 양이 많은 상품’을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은 ‘차별화 상품’을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습니다. 맛이 있는 건 당연하고, 재미까지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차별성’, ‘특이성’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가성비’보다는 오히려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 직접 제작한 챌린지 영상을 소개하는 김 MD 사진=MBN |
김 MD는 출시 제품에 대한 챌린지까지 직접 기획한다고 합니다. 그는 “제품을 어떻게 SNS에 노출할지, 홍보할지 많이 생각한다”며 “유명 가수에게 CM송을 맡기기도 하고, 챌린지, 재미있는 제품명 등을 고민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펀슈머’가 대두되면서 유통까지의 전 과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맛과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김 MD는 국내외에 있는 라면과 컵라면, 심지어 해외 라면을 모두 먹어봤습니다. 특히 ‘비김면’에 들어가는 토핑을 위해 여러 종류의 김까지 맛봤다고 합니다.
그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MD는 의사결정 해야 할 것도 많고, 창의성도 많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며 “라면 부서면 최대한 많은 라면을 먹어보고, 음료 부서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등 입사 후 전문가가 되기 위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김 MD는 “이전 상품의 성공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천부적인 노력’이 있
또 “한 분야에 있으면 고집이나 주관이 강해지는데, 이 부분을 스스로 경계하고 있다”며 “가장 트렌디한 상품을 만드는 트렌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