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은 ‘진돗개의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며칠 뒤 매스컴과 SNS에는 진돗개를 비하하지 말라는 성토대회가 열렸다. 한 방송인이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산책 중인 진돗개가 입마개를 하지 않았다며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진돗개는 입마개 의무 착용 대상이 아니다.
진돗개에게는 한국의 유구한 역사만큼 희로애락의 서사가 있다. 한때 그들은 ‘호랑이 잡는 개’로 신성시되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내선일체’ 정책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1962년에는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1993년에는 대전으로 팔려 간 백구 진돗개가 300㎞를 걸어 7개월 만에 진도로 돌아온 사연이 화제였는데, 그 충성심과 귀소본능이 재조명받으며 진돗개를 키우려는 이가 줄을 섰다.
어느 대통령 때는 퍼스트 도그로 선물되었다가, 대통령이 떠날 때 청와대에 유기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들은 언제나 ‘개’일 뿐이었지만, 사람의 요구나 환상에 등 떠밀려 갖은 부침을 겪었다.
어쨌든,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진돗개는 사납다’는 편견이다. 진돗개가 정말 사나울까? 전문가들은 진돗개가 사육 난이도가 가장 낮은 견종에 속한다고 입을 모은다. 온순하고 친밀하며, 지능이 높아 사람의 신호를 잘 알아채고 명령에 따른다. 우리 동네에도 진돗개가 여럿 있지만 대부분 젠틀하다. 결국 진돗개의 행동과 성향을 결정하는 요인은 그들이 어떤 사람에게 어떤 돌봄을 받는가에 있다. 이는 모든 품종의 모든 개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럼에도 툭하면 진돗개가 동네북이 되어 뭇매를 맞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 개체 수가 많고 사람들이 쉽게 분별하고 책임을 지우는 쪽을 편리하게 선택하기 때문이다.
진돗개의 충성심과 경계심은 사람의 필요에 따라 요긴했다가 차갑게 배척당해 왔다. 위험하기로 따지자면 진돗개가 아니라 그들
[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및 일러스트 위키미디어 커먼스,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2호(24.6.0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