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7대를 들이받고 달아난 운전자가 술을 마신 사실이 들통났는데도 경찰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 도망친 운전자가 38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찰서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수법이죠?
김영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승용차가 한 대가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옵니다.
오른쪽으로 돌며 속도가 빨라지더니 주차된 차를 잇달아 들이받습니다.
주차된 차량 7대를 충격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 스탠딩 : 김영현 / 기자
- "당시 사고 소리에 놀란 주민들이 주차장으로 모여들자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사고 발생 38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한 운전자 50대 여성이 처음에는 음주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경찰이 식당에서 맥주 500cc 두 잔을 마시는 모습의 CCTV 영상을 제시하자, 결국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음주운전은 빼고,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적용한 채 검찰에 넘길 예정입니다.
출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0%로 나온데다,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도 수치가 나오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남자냐 여자냐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냐 그걸로 대입을 하는 거고, 시간당 체내 분해되는 게 있잖아요. 그것까지 적용하면 안 나오는 거죠."
현행법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들은 얼마 전 가수 김호중 씨처럼 일단 도망가는 게 유리하다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인터뷰 : 이도선 /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목격자의 진술이라든지 CCTV 영상물이라든지 관련자의 다양한 형태의 진술들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그런 수사 절차와 기소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경찰은 여성이 술을 어느 정도 마셨는지 추측할 수 있는 정황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재판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김영현입니다.
영상취재 : 박인학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