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윤슬로 빛나고 신록이 우거진 강변은 세상 편안한 쉼터가 되어 있었다. 서쪽의 강서한강공원에서부터 동쪽의 광나루한강공원까지, 모두 11개나 되는 한강공원에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다. 너무나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뜻밖의 새로움들이다.
봄의 한가운데로 성큼 들어선 시기. 이제부터 한강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그동안 보고도 다가서지 못했다면, 알고도 느껴보지 못했다면 이제 한강을 만나러 가보자. 완연한 봄을 지나고도 두 계절을 더 만끽할 수 있는 서울 최고의 여행지 한강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 양화지구한강공원 |
자연관찰로 강변 조류전망대는 철새뿐 아니라 인근 풍경까지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면 강 건너 덕양산과 행주산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진 뒤에는 방화대교 경관 조명이 더해져 화려하고 멋진 야경이 펼쳐진다. 강서한강공원에서는 현재 조각 순회전인 견생조각전 ‘한강 조각으로 빚다’가 펼쳐지고 있고, 5월18일부터 6월8일까지 4주간 매주 토요일에는 ‘책 읽는 한강공원’ 프로그램이 가족피크닉장에서 진행된다. 그밖에도 ‘절대미각 콘테스트’(5월18일), ‘멍스널 컬러 테스트’(5월25일), 선셋 요가·필라테스(6월8일) 등이 매주 새롭게 준비된다.
↑ 난지한강공원, 강서한강공원 다리 |
↑ 강서한강공원 전경 |
그 사이에 자리한 메타세쿼이아길도 최고의 경관 산책로로 꼽힌다. 난지한강공원에서는 수시로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오는 6월엔 피크페스티벌(6월1일~2일),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6월15일~16일) 등이 이어진다. 난지한강공원 상암선착장에 ‘와이키키마켓’이라는 핫플이 생겼다. 캠핑장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 길게 이어진 웨이팅 끝에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노을 명소 망원한강공원(서울 마포구 마포나루길 467)은 난지한강공원 바로 옆. 홍대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늘 젊은 청춘들로 넘쳐난다. 특히 해질 무렵, 망원 선착장에는 수많은 이들이 일몰 순간을 함께 한다. 양화대교 그리고 그 뒤 성산대교 아래로 서서히 사라지는 붉은 해의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 난지한강공원의 핫플이 된 와이키키마켓, 서울함 공원, 선유도공원은 정수장을 재생한 곳이다. |
↑ 망원한강공원 |
망원한강공원에서 양화대교를 건너면 양화한강공원(서울 영등포구 노들로 113)이 있고, 그 사이에 선유도공원이 있다. 양화한강공원은 선유도공원과 한몸이다. 선유도로 가기 위해서는 양화대교 중간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거나 양화한강공원에서 선유도공원까지 이어진 보행 다리 ‘선유교’를 이용하면 된다.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선유교에서는 한강의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선유도는 선유봉이 사라지고 한때 정수장으로 쓰이다가 도시재생사업으로 재탄생한 공원이다. 한강 변천사와 도시 개발의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한데, 정수장 시설이 있던 콘크리트 기둥들은 식물로 뒤덮이고 주변에는 수생식물들과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다. 그야말로 공원 전체가 포토존이다.
↑ 양화한강공원과 선유도를 잇는 선유교 |
↑ 뿌리벤치, 스크롤-흐르는 이야기, 인라인스케이트장, 반포 해치카 |
여의도한강공원의 특별한 이벤트도 있다. 반포한강공원과 함께 펼쳐지는 ‘밤도깨비야시장’이다. 밤이면 열렸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마켓 이벤트인데 특히 여의도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월드나이트마켓’으로 먹거리, 다양한 핸드메이드 상품을 판매하는 다문화 체험시장이 특색이다. 6월22일까지 매주 토요일엔 ‘책 읽는 한강공원’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이촌한강공원(서울 용산구 이촌로72길 62)은 중랑천교와 원효대교 사이 강변 북단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을 따라 갈대, 억새, 유채꽃, 달맞이꽃, 코스모스가 철 따라 피어 산책과 조깅코스로 자주 이용된다. 또, 청소년광장과 X-게임장, 농구장, 테니스장, 우드볼 경기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일일 농촌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는 자연학습장도 만들어져 있는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건 공원 곳곳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들이다. ‘한강예술공원’이란 이름이 붙은 이곳에는 ‘스크롤-흐르는 이야기’(모토엘리스티코), ‘뿌리벤치’(이용주) 등 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 반포한강공원 달빛무지개 분수 |
서래섬엔 연초록 유채가 한 뼘 크기로 자라있다. 유채꽃축제가 열리는 5월 하순경까지 성큼성큼 자라 샛노란 꽃을 피우게 된다. 동작역을 떠난 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해치카는 반포한강공원에 도착한다. 반포한강공원의 특징은 일 년 내내 펼쳐지는 이벤트. 6월23일까지 매주 일요일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잠수교와 달빛광장 일원에서 펼쳐지며, 6월2일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한 100여 척의 보트가 대규모 수상 퍼레이드 쇼를 펼치는 ‘한강 보트퍼레이드’가, 6월9일에는 한강 선셋을 배경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잠수교 선셋 요가’가, 그리고 6월16일에는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의 ‘게릴라 콘서트’가 펼쳐진다. 또, 러닝 페스티벌 ‘한강 런 페스타’도 6월23일에 열린다.
↑ 서래섬 유채밭, 세빛섬 |
반포한강공원에서 걸어서 잠깐이면 잠원한강공원(서울 서초구 잠원로 221-124)에 닿는다. 두 공원 사이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거대한 플라타너스 길은 예쁘고 멋지다. 누구든 이곳에서 카메라를 켜면 멋진 인생샷을 건질 만하다. 잠원한강공원은 규모가 크지 않다. 곳곳에 누에 조형물이 놓여있는 자연학습장과 어린이놀이터 등 시설도 소박하다. 대신 조용하고 한적해 아이들과 한나절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이다.
↑ 뚝섬한강공원 |
뚝섬한강공원의 또 다른 랜드마크는 음악분수. 하루 5~10회, 음악과 함께 가동하는 음악분수는 어린이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설로 건너편 제2롯데월드와 잠실종합운동장을 배경 삼아 인증샷 찍기에 최적이다. 오리배 타기와 즉석라면 또한 뚝섬한강공원을 찾는 이유가 된다. 뚝섬한강공원에서는 5월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된다. 본 행사는 일주일이지만 이후에 10월 초까지 상설전시가 이어진다.
↑ (위로부터)광나루한강공원, 잠실한강공원, 자벌레 모양의 복합문화공간 서울생각마루, 잠실한강공원 노을 |
잠실대교에서 청담대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는 명품 코스로 꼽힌다. 다른 한강공원과는 달리 강변과 한강 사이가 탁 트여 있어 그냥 앉아 있거나, 물멍을 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휴식처다. 올림픽공원, 롯데월드, 잠실종합운동장 등 문화와 체육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있어 체험과 휴식을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다. 한강불빛공원 가운데 하나인 드론라이트쇼도 이곳에서 펼쳐진다. 1,000대의 드론이 한강의 밤하늘을 무대로 펼치는 드론쇼는 매혹적인 한강의 밤을 선물한다. 올 상반기 모두 다섯 차례 진행되는 잠실한강공원에서의 드론라이트쇼는 5월18일 밤 8시, 단 한 차례가 남아있다.
↑ 광나루한강공원 |
한강 상류로부터 유입된 토사가 퇴적되어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래톱과 대규모 갈대 군락지로 자연 한강의 모습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고, 북쪽 아차산의 푸르른 자연과 2km에 이르는 한강둔치 갈대밭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한강공원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해 한적하고 조용한 것도 장점. 대중교통이 다소 불편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깨끗하고 한적한 공원으로 만든
천호대교 아래에서는 수시로 인디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무대 뒤로 펼쳐진 교각은 인증샷의 배경이 되고, 바로 옆 광진교는 그 모습 자체로 명소가 된다. 천호대교부터 강변을 따라 암사생태공원까지 가는 길 또한 최고의 산책로다.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0호(24.5.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