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급등에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나와
↑ 비가 쏟아지는 주말에도 방문객들이 우산을 쓴 채 줄을 기다리고 있다. |
평일 오후 성수역 3번 출구 앞 거리에는 지도를 보며 여러 팝업 스토어를 찾아다니는 외국인, 팝업 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는 20·30대 젊은이로 가득했습니다.
“한국에 온 지 3일 됐는데 이틀은 성수동에서 보냈어요. 브라질엔 팝업 스토어 개념이 없어서 신기해요.”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Fonseca 씨는 양손 가득 쇼핑팩을 들어 올리며 “구경하기만 했는데 사은품을 이만큼이나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지난 주말 오후에도 우산을 쓴 채 줄을 서 기다리는 젊은 소비자들로 거리는 붐볐습니다.
러시아 출신이라고 밝힌 한 여행객은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러 성수동에 왔다”며 “뷰티, 패션, 음식 등 다양한 분야를 체험할 수 있어 둘러보기만 해도 시간이 금방 간다”고 말했습니다.
↑ 한 체험형 팝업 스토어의 도장판과 놀이공원처럼 꾸며 놓은 내부의 모습 |
조사 결과, 지난 4월 한 달간 성수동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 개수는 무려 87개였습니다.
패션·뷰티 브랜드가 53개(약 61%)로 가장 많았고 먹거리부터 명품, 장난감, 자동차, 금융 등 분야도 다양했습니다.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수동의 주 방문객인 20·30대 소비자들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팝업 스토어가 희소성이 있다고 여기며,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형’ 스토어에 열광했습니다.
체험형 스토어는 도장판을 들고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제시된 미션을 수행해 도장을 모두 찍으면 사은품을 받는 방식입니다. 사은품은 신제품부터 샘플, 또는 브랜드 이름이 적힌 사원증, 키링 등과 같은 굿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SNS에서 팝업 스토어 소식을 접하고 성수동을 찾았다는 대학생 최 모 씨는 “친구들과 놀 때 ‘밥-카페-영화’를 반복하는 일정이 지루했는데, 팝업 스토어를 구경하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고 브랜드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젊은 세대에서 ‘체험형 스토어’ 인기가 두드러지는 데 대해 한국외대 경영학과 정상욱 교수는 “MZ 세대는 구매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가치’소비를 하며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반 매장과는 달리 “컨셉과 스토리가 있는 독창적인 경험 공간인 팝업 스토어에서 인증샷을 남겨, 브랜드와 온·오프라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팝업 스토어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긍정적인 인식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많은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체험형 마케팅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북적이는 성수동 거리의 모습 |
이처럼 매주 새로운 팝업과 행사가 들어서는 성수동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상권 중 하나입니다.
‘서울 6대 상권’으로 불리는 명동, 강남, 홍대, 가로수길, 한남·이태원, 청담 등과 비교해 봐도 가장 낮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성수동 상권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기준 5.8%입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까지 급증하면서 더욱 활기를 띠는 모습인데요. 주변 상권 반응은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앞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가 성수동에 체류하면서 인근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성수동 유명 베이커리 가게 앞에는 평일 저녁 8시 반 쯤에도 빵을 사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수동에서 식당을 운영한지 35년이 됐다는 한 사장님은 “3년 전부터 젊은 손님들이 많이 오더니 이제는 식당을 찾아오는 절반 이상이 젊은 손님들”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주말이면 관광버스가 2~3대씩 와서 성수동 거리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내려 놓는다”며 “외국인을 포함한 젊은 손님들이 SNS에서 식당을 보고 왔다고 많이들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 성수동 메인 거리는 북적이는데 일찍 영업을 마감하는 수제화 플리마켓 |
반면 성수동이 대기업의 ‘팝업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기존 상인들이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동네를 떠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수동에 대한 상업적 선호도가 커지면서 임대료도 치솟았습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성수동의 월평균 임대료는 3.3㎡당 24만 5,450원으로, 1년 전 17만 7,160원에 비해 38.5% 상승했습니다.
2018년에는 3.3㎡당 약 10만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여 만에 임대료가 2~3배 증가한 셈입니다.
정부에서는 임대료가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도입해 임대료 증액 상한을 1년간 최대 5%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로 운영되는 팝업 스토어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임대료 인상에 대한 제한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 된 분위기에, 기존 상권에서도 임대료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1995년도부터 성수동에 구두 공장을 열어 쭉 일하다가 3년 전에 가게를 옮겼다는 한 상인은 “코로나 즈음부터 갑자기 성수동에 대형 카페들, 삐까뻔쩍한 건물들이 들어섰다”며 “집값도 크게 올라 구두 공장이랑 가게는 월세가 보다 저렴한 인근 뚝섬과 구길로 다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런데 대형 카페가 거기까지도 들어오고 있다”면서 “그만 생겼으면 좋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성수동이 ‘팝업 성지’로 거듭나면서 젊은 소비자들과 관광객이 몰려 상권이 활기를 띠는 한편, 갈비 골목과 수제화 거리 등 일부 터줏대감 상인들은 임대료 부담에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선 팝업스토어 임대료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지난해 성동구청은 일시 사용 임대차계약(팝업 스토
‘핫플레이스’ 성수동이 대기업 팝업 스토어와 터줏대감 가게들이 공존하는 상권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