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에 숨진 한인 유족 "무자비한 살인…검찰에 기소 요청"

변호인단 "1명 상대하려고 경찰 9명 투입"
"美 검찰에 해당 경찰관 기소 요청"

↑ LA에서 경찰 총격으로 숨진 한인 양용 씨(오른쪽)와 아버지 양민 씨(왼쪽). 고(故) 양용 씨의 유족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양 씨의 사진. /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 국적의 40대 남성이 경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족 측은 미 검찰에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기소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현지 시간 9일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한인 40세 양용 씨의 유족 측은 변호인단, LA한인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미 검찰에 경찰에 대한 기소를 요청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 씨 측 변호사는 "가족들이 요구하는 것은 지방검찰청과 연방검찰청의 전면적인 수사"라며 "가족은 경찰의 모든 보디캠 증거와 통화 기록,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정신질환이 있는 자녀의 무자비한 살인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총을 쏜 경찰관들에게 살인죄와 사법 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족과 함께 LA에서 거주해온 양 씨는 지난 2일 오전 11시쯤 LA 시내 한인타운에 있는 자택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 씨의 치료를 위해 당국에 치료 시설로의 이송을 요청한 건데, 이송 시도 과정에서 경찰이 총을 쏴 과잉 진압 의혹이 일었습니다.

경찰의 도움을 요청한 것도 LA 카운티 정신건강국 직원이었습니다. 양 씨가 시설 이송을 거부하자 경찰을 부른 겁니다.

과잉 진압 의혹이 일자 경찰은 양 씨가 칼을 든 채 경찰들을 향해 왔다며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족은 경찰이 총격 이후 구급대를 부르지 않은 점, 1시간 넘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현장 접근을 허용했을 땐 이미 현장이 깨끗했던 점 등을 짚으며 경찰이 진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변호인단은 “정신질환자 1명을 상대하기 위해 9명의 경찰관이 투입됐고, 경찰은 테이저건이나 다른 무기 등 정신질환자를 제압하는 데 사용되는 수많은 방법 중 왜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정신건강국 직원이 성급하게 경찰을 불렀다며 이에 대해서도 따져볼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성명을 통해 “양 씨를 잃고 슬픔에 빠진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한인타운 커뮤니티와 함께 애도하고 있다”며 “이번 비극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번 사건에 대응할 때 사용된 (경찰의) 프로토콜도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