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기존에 쉽게 볼 수 있었던 메모리보드, 오른쪽은 최근 이슈가 되는 HBM 칩입니다.
둘 다 반도체 저장장치 세트지만, 메모리보드는 반도체를 옆으로, HBM 칩은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쉽게 말해 1층 주택이 사방으로 붙어 있는 주택 단지와 아파트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구조다 보니, 차지하는 면적이 작아 컴퓨터나 데이터센터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데이터 통로(IO)가 메모리보드는 32개인데 반해, HBM 칩은 1024개로 32배 많아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처리 속도가 중요한 GPU나 AI 반도체는 이에 따라 HBM 칩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반도체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범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AI 반도체 칩을 만들려면, 그래픽처리장치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 HBM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HBM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삼성과 SK, 그리고 미국 마이크론이 전부입니다.
이 중 미국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으며 가장 앞서 가는 업체는 SK 하이닉스입니다.
11년 전 1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 하이닉스는 이후 선점 우위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시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5세대 HBM 중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지난 분기엔 깜짝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경쟁사에 일격을 당한 삼성전자는 비슷한 수준으로는 뒤집기를 할 수 없다고 여겨 차세대 HBM 개발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SK 하이닉스의 8단 제품을 뛰어넘는 12단 HBM을 선보인 데다, 에이스로 불리는 임직원 4백 명을 투입해 엔비디아 공략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김양팽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두 기업의) 기술력의 차이가 크게 난다고 보이진 않거든요. 그러면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와 같은) 수요처와 손을 잡는 거, 그게 더 (중요합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이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인정한 듯한 사진을 올리며 제품 우수성을 알리는가 하면,
최태원 회장은 젠슨 황을 만나 연구개발 부탁을 받은 사실을 밝히는 등, 두 기업 총수의 은근한 경쟁의식 역시 가열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MBN 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
영상편집 : 박찬규
그래픽 : 송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