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나이를 유머 소재로 삼기도
↑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건배하는 바이든 美대통령/사진=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의 연례행사에서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때문에 힘든 상황과 자신의 약점인 나이를 농담소재로 승화하며 여유만만한 모습을 과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연설에서 환영하는 청중에게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말자. 도널드가 듣고 있다. 졸린 돈(Sleepy Don)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재판을 시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인 것을 놀린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Stormy Daniels)와의 과거 성추문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주고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작년 3월 기소돼 지난 22일부터 본격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는 최근 며칠 힘든 날들을 겪었다. 폭풍 같은 날씨(stormy weather)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당사자인 스토미의 이름과 폭풍이 몰아치는 험악한 날씨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인 'stormy'가 같다는 데 착안한 유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는 너무 절실한 나머지 자기가 판매하는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면서 "그는 십계명의 제1계명까지 읽었는데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구절에서 '나랑 맞지 않는 책'이라며 성경을 내려놨다"고 말했습니다.
소송 비용 압박을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성경을 59.99달러(약 8만 원)에 팔기 시작한 사실과 누구보다 강한 트럼프의 자기애를 꼬집은 것입니다.
↑ 법원에 출석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약점인 나이를 자학 개그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는 아내 질 바이든 여사가 오늘 만찬 연설에 대해 걱정하길래 자기가 "걱정하지 말라.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말하자 여사가 '그게 바로 내가 걱정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고 소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맞다. 나이가 문제다. 난 6살짜리와 경쟁하는 어른"이라고 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철없는 어린이로 비유한 발언에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전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난 항상 첫 13개 식민지(13 colonies)에서는 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1776년 영국 치하에서 독립을 선언한 13개 식민지는 독립전쟁을 승리해 미국의 시초가 됐는데, 바이든이 선거운동을 한 3개 주도 원래 식민지였습니다.
그는 트럼프와 자신의 공통점은 나이뿐이라면서 "내 부통령은 실제 나를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이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마저 양심상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고 공개 선언한 것을 꼬집은 것입니다.
이러한 농담 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하면서 "난 진심으로 여러분에게 누구 편을 들라는 게 아니라 이 순간의 심각함에 부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1921년 시작됐으며 1924년 캘빈 쿨리지를 시작으로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헌법 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에 존경을 표하는 차원에서 만찬에 참석했는데, 재임 기간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합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