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잦은 폭설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산양이 탈진해서 절반 가까이 폐사했죠.
지난달 MBN은 아프리카돼지열병 광역울타리가 산양의 동선을 막아서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는데요.
환경부는 4m짜리 통로를 내고 1년간 지켜본다는 대책을 내놨는데, 당장 올봄에 산불이 빈발하면 산양이 무사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상협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풍성한 암갈색 털에 크고 까만 눈망울이 특징인 산양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지난겨울 눈 속을 헤매다 지쳐 죽음을 맞을뻔했지만, 사람에게 구조돼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 인터뷰 : 조재운 / 산양증식복원센터 연구소장
- "저희가 이제 올해 1월 폭설이 난 이후부터죠. 1월 초부터 지지난주까지 해서 지금 한 17개체 정도가 구조돼서 지금 임시 계류 중에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폐사된 산양은 747마리로, 추정 전체 개체 수의 절반 가까이 됩니다.
지난겨울 유난히 자주 내린 폭설에 먹이는 줄었는데 눈 속을 헤치며 걷다 보니 쉽게 탈진이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스탠딩 : 이상협 / 기자
- "제가 있는 이 계곡에서만 산양 6마리가 집단 폐사했습니다. 계곡 일대를 포함하면 50여 마리에 달합니다. 먹이를 찾으러 낮은 곳으로 내려오다가 탈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를 막기 위해 2019년부터 설치한 1,831km 길이의 철조망도 산양의 이동을 막아 폐사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엇보다 산불에 따른 위험성이 가장 큰 걱정거립니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뒤늦게 열린 관계자 회의에서 철조망에 4m 길이의 이동통로 20개 정도를 운영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산불에 놀란 산양이 좁은 이동통로를 찾아서 대피하길 바라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 정인철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
- "(산양 서식지가) 막혀 있는 상황이고 이런 공간에 산불이 혹여라도 발생이 된다면 그 울타리 안에서 고립돼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주무부서인 문화재청은 관계자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건조한 바람이 불며 산불 위험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가운데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이어지고 있어, 겨우내 살아남은 산양의 '생존게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이상협입니다. [lee.sanghyub@mbn.co.kr]
영상취재: 박준영 기자
영상편집: 양성훈
그 래 픽: 이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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