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습한 마을, ‘소라(Sohra)’
정식명칭 ‘체라푼지(Cherrapunji)’가 통용되기 이전부터 ‘소라(Soh-ra)’라 이름 지어진 마을은 지금도 여전히 소라라 불린다. 인도에서 일 년 내내 비가 내리는 유일한 곳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습한 마을로 알려진 곳. 해발 1,430m 카시 동부 언덕에 자리잡은 그곳으로 향했다.
↑ 해발 1,430m 카시 동부 언덕에 자리잡은 체라푼지 |
체라푼지행이 가르쳐준 ‘사람 여행’
인도 소도시 여행에서 가장 힘든 건 단연코 길 찾기다. 그중에서도 시외버스터미널을 찾는 건 최고난도에 속한다. 일단 버스터미널의 정보나 위치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숙소 직원으로부터 얻은 체라푼지행 버스터미널 위치는 분명 바라 바자(Bara Bazar) 주변이 맞았으나 목적지 방향이 달랐다. 체라푼지 버스’라는 질문에 현지인들이 앞다퉈 길을 찾아주는 상황. 결국 길 찾기의 어려움은 여행자의 손을 벗어나고 나서야 해피엔딩에 도달한다.체라푼지행 버스는 실롱 도심을 달리는 5인승 셰어택시와 차량이 같다. 말이 시외버스터미널일 뿐 시내와 시외를 오가는 차량의 개념이 별반 다르지 않다. 대다수 셰어택시가 그렇듯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채우기 전까지 버스운전사는 시동을 켜지 않았다.
↑ 실롱 중심가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 입구 |
위치나 가격, 조건 등 차량 속 현지인들에게 숙소 팁을 얻고자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홈스테이 주인을 소개받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인도 소도시 여행은 단연코 사람이 이정표다. 친절이 지나칠수록 여행은 그만큼 쉬워진다는 것. 체라푼지행이 가르쳐준 사실이다.
↑ 체라푼지에서 묵었던 홈스테이 내부 전경 |
Info 실롱 도심 안잘리 페트롤 펌프(Anjali Petrol Pump)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약 500m 걷다 보면 택시나 버스가 주차된 건물이 나타난다. 우측으로 빠지는 샤히드 바가트 싱 로드(Shaheed Bhagat Singh Rd) 직전 코너 건물이 체라푼지행 버스터미널이다. 주변 현지인들에게 재차 위치를 물어보면서 찾아갈 것.
일년 내내 비가 내리는 ‘소라’ 마을
체라푼지행 버스의 시동이 멈춘 곳은 시장 맞은편, 도로와 인도가 혼재된 좁다란 길이었다. 셰어 택시와 같은 경차에 적합한, 대형버스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길에 다다르자 실롱이 메갈라야 의 주도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를 정도로 심각했던 실롱의 교통체증이 여기선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한적하고 고요한, 그리고 그것이 마치 전부일 것만 같은 아주 소소한 시골마을의 풍경, 체라푼지의 첫인상은 그렇게 채워졌다.↑ 체라푼지 시내 주택가 풍경 |
마을은 북부와 남부로 나뉜다. 소라 바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북부는 상업 및 교통 중심지이며, 이곳에서 남쪽으로 약 3km 떨어진 지점에 자리한 소라 경찰서가 남부를 형성하는 시작점이다.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나 식당, 상점 등은 대부분 북부에 밀집되어 있으며, 남부는 로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 (좌로부터)기독교 인구가 대다수인 체라푼지 시내 교회, 체라푼지 메인 도로인 처치 로드, 교회 모습 |
Info 체라푼지 여행에서 숙소를 정할 때 접근성이나 편리성을 원한다면 북부를,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난 조용한 장소를 원한다면 남부가 적합하다. 로컬 셰어택시를 이용해 북부와 남부를 쉽게 오갈 수 있기 때문에 남부에서 시내 중심가가 자리한 북부까지 왕래가 가능하다.
해발 1,430m 카시 동부 언덕에 자리잡은 체라푼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습한 곳 중 하나. 인도에서 일년 내내 비가 내리는 유일한 곳이다. 지리상 남서부와 북동부 몬순(monsoon, 계절풍)의 영향을 모두 받기에 건기인 겨울에도 강수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노칼리카이 폭포 |
몬순이 아니어도, 겨울 폭포여도 좋다
↑ 다락방이 딸린 홈스테이 외부 전경 |
이곳 1월 평균 기온이 11.5℃로 우리나라의 초봄 날씨를 보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가정집이나 건물 내부에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 체라푼지와 같은 시골마을은 전력 공급이 취약해 난방시설을 기대하기 어렵다.
↑ 노칼리카이 폭포로 가는 동안 이정표가 되어준 마을사람들 |
체라푼지의 자랑으로 꼽히는 노칼리카이 폭포(Nohkalikai Falls)에 두 발 닿고 난 뒤 깨달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물줄기야 어찌됐든 폭포는 듣던 대로 장관이었다. 지난밤 장대비와 같은 거대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져 내렸다면 훨씬 더 장관을 연출했겠지만.
↑ 노칼리카이 폭포 뷰 포인트 |
비교적 작은 고지대 정상에서 형성된 빗물을 통해 이 폭포에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항상 비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12월부터 3월까지 건기에는 강수량이 감소해 매우 가느다란 물줄기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
↑ 전망대에서 바라다본 노칼리카이 폭포 |
Info 소라 바자에서 노칼리카이 폭포까지 대중교통편이 전무하다. 택시를 대절하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택시는 소라 바자 주변에 있는 택시운전사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단, 흥정은 필수. 왕복 택시비는 대략 800~1,000루피(한화 1만2,000~1만6,000원) 정 도다. 도보로 이동할 경우 구글 지도상에 노칼리카이 폭포 뷰 포인트 (Nohkalikai Falls View point)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 (좌측 위로부터 시계방향)노칼리카이 폭포로 가는 동안 이정표가 되어준 마을사람들, 1차선과도 같은 비좁은 노칼리카이 로드를 달리는 택시, 노칼리카이 폭포 트레킹 시작지점 |
석회수 흐르는 오싹한 젊은 동굴에서
아르와 동굴(Arwah Cave)은 소라 바자에서 도보로 접근이 가능한 대표적인 관광지다. 시내 중심가와 가깝다는 이유로 이곳 동굴의 가치가 과소평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대로 시내 중심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동굴이 자리한다는 점은 방문의 이유를 높이는 이유다. 석회암 지형과 화석으로 유명한 이 동굴은 소라 바자에서 북동쪽으로 약 2.4km 거리, 왕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동굴은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입구에 닿는다.수백만 년 전 자연적으로 조각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르와 동굴은 체라 푼지 고원이 겪어온 진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이곳 내부에는 좁은 통로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되며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개울가가 자리한다. 관광객을 위해 동굴의 일부만 개방이 되었는데, 방문이 가능한 동굴 내부의 거리는 약 300m다.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약 30분가 량 소요된다.
↑ 계단을 통해 동굴 내부로 들어간다. |
비좁은 터널을 통과할 때 동굴은 어둡고 오싹하기까지 하다. 개울가 물이 내부 바닥 곳곳 움푹 파인 곳으로 흘러 들어가 축축한 기운이 발에서부터 머리까지 닿는 기분이 반갑지 않다. 미끄러워 자칫 넘어질 것만 같은 땅에 두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고서 앞사람의 발걸음을 따라 걷는다. 어슴푸레한 조명 불빛에 의지해 내부를 열심히 살펴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화석을 발견할 수 없었다.
↑ (좌로부터)대변과 소변에 따라 가격이 다른 동굴 입구 화장실, 아르와 동굴 입구로 이어지는 계단 길, 아르와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 |
Info 아르와 동굴의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현지인 가이드 동반 없이 방문객 스스로 동굴을 둘러볼 수 있으며, 내부 조명이 충분치 않아 손전등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 여행 마지막 이야기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 (위로부터 시계방향)아르와 동굴로 향하는 길에서 바라본 풍경, 좁은 통로의 동굴 내부 거리는 약 300m, 석회암 지형과 화석으로 유명한 아르와 동굴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