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그린닥터스 제공 |
부산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부산진구 범천동 '안창마을'. 이 마을에 사는 일흔다섯 이용우 할아버지는 최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의 주선으로 무료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5년 전부터 눈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져 혼자서 외출도 쉽지 않았던 이용우 할아버지는 골방에 갇힌 채 살아오다 지난달 23일 의료봉사단에 나선 그린닥터스를 만났습니다.
그린닥터스는 이날 사전에 몸이 아파서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왕진 서비스를 계획했고, 세 가구 가운데 이용우 할아버지 집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허름하고 낡은 집안에 아내의 빈소를 차려놓고 있는 할아버지, 복지관에서 주는 도시락이나 음식도 먹지 않고 부인 빈소 앞에 먼저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2년 전 간암으로 인해 한 병원에서 색전술을 받았지만, 백내장으로 인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종종 길을 잃는다는 이용우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안과전문의인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이 무료로 백내장 수술을 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수술 당일 사전검사에서 이용우 할아버지의 눈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 할아버지를 외래 진료한 정근 이사장은 심한 백내장에다 황반변성까지, 백내장 수술을 받아도 뚜렷한 시력개선은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런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선생님, 저는 신호등만 볼 수 있으면 됩니다."라며 되레 의료진을 달랬습니다.
할아버지는 정근안과병원 권상민 병원장(안과전문의)의 집도로 이날 오른쪽 눈을 먼저 수술했습니다. 첫날 다소 남루한 형색이던 이용우 할아버지는 이틀 뒤 나머지 왼쪽 눈 백내장 수술을 위해 정장을 차려입고 병원에 나타나 "수술받은 오른쪽 눈 상태가 좋아져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권상민 병원장은 "워낙 망막상태가 좋지 않아 시력개선 효과를 크게 볼 수는 없지만, 환자가 원하시는 대로 신호등 불빛은 구분할 수 있게 됐
이용우 할아버지는 "며칠 전 미국 볼티모어 다리가 화물선에 부딪혀 붕괴되는 장면을 뉴스속보로 보면서 귀로 듣고는 윤곽만 짐작했는데, 앞으로 그나마 좀 더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습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