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출전하는 여야 후보들이 각 당의 상징색 대신 다른 색의 선거운동복을 입고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당의 '험지'이자 상대당의 '텃밭'에 출마하는 후보들로, 당색보다는 인지도와 전문 경력 등 인물 경쟁력을 내세우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 사진=국민의힘 수원정 이수정 후보/이수정 후보 페이스북. 연합뉴 |
수원정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는 거리 인사에서 빨간색 국민의힘 야구점퍼 대신 흰색 롱패딩을 자주 입습니다.
이 롱패딩엔 국민의힘 당명이 적혀 있지 않고 대신 '2번' 기호와 함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라는 이름과 약력만 쓰여있습니다.
수원은 지난 총선에서 갑·을·병·정·무 5개 선거구 모두 국민의힘이 전패한 민주당 강세 지역입니다.
수원에서 지지세가 낮은 당을 부각하는 대신 인지도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입니다.
서울 동작을 나경원 후보, 서울 중·성동갑 윤희숙 후보 등 서울 지역 국민의힘 후보들도 길거리 선전을 할 때 흰색 패딩을 입곤 합니다.
전북 전주을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남색 조끼를 택했습니다.
조끼 가운데에만 빨간 배경에 정당 기호 '2'가 노란색으로 적혔고, 국민의힘 당명은 작은 글씨로만 표시됐습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 등 지역에서 하는 공개 행사에서도 배경 현수막에 빨간색보다 남색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로 20대 국회 전주을 선거구에서 당선됐고 지난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입성했습니다.
한차례 호남 선거 승리 경험이 있는 만큼, 당보다도 인물을 내세운다는 전략입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남색도 빨간색과 함께 국민의힘의 상징색 중 하나"라면서 "호남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좀 더 차분한 분위기로 하자는 취지로 남색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사진=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홍익표 원내대표 페이스북.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서울 서초을 지역구를 돌 때 대부분 흰색 점퍼를 입고 있습니다.
앞과 뒤에 후보 이름과 당명, 기호는 파란색으로 쓰여 있지만, 대부분의 민주당 후보가 착용하는 새파란 점퍼와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내리 3선을 한 서울 중·성동갑을 떠나 험지인 서초을에 출사표를 던진 홍 원내대표는 당명보다는 제1야당 핵심 당직자로서 인지도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홍 원내대표 측은 "파란색 점퍼도 맞췄지만, 흰색이 길에서 훨씬 더 눈에 잘 띄어서 보좌진들이 흰색을 권했다"며 "후보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는 민주당 강청희 후보도 '강남 닥터 강청희' 문구와 이름, 당명 등이 파란색 글씨로만 쓰여 있는 흰색 바람막이 재킷을 선택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출신인 자신의 직업 배경을 더 부각하는 전략입니다.
경남 통영·고성의 민주당 강석주 후보는 감색 점퍼에 어깨띠를 매고 유권자들과 만
통영·고성은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합니다. 역대 총선에서 보수정당 또는 보수성향 무소속 의원이 당선됐고, 2016년 20대 총선에선 이군현 전 의원이 단독 등록해 무투표로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습니다.
강 후보는 자신의 통영시장 경력을 활용해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