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섭 대사 인사말. 사진 = 주호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
공수처는 오늘(20일) 오후 "현재 수사팀이 언론 보도만 접한 상황이어서 특별히 말씀드릴 입장이 없다"고 공지했습니다. 오늘 오전부터 이 대사의 귀국 소식이 전해진 뒤 언론 문의가 이어지자 내부 논의 끝에 이렇게 입장을 밝힌 겁니다.
공수처의 이런 태도는 아직 이 대사를 재소환해 조사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보통 수사기관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할 때 압수물 분석과 하급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책임자인 피의자를 소환하는데, 공수처는 아직 이 단계를 거치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의 포렌식을 끝내지 못했고, 이 대사가 지난 7일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도 아직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계환 사령관, 유재은 법무부 법무관리관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공수처는 여권의 조기 소환 압박에 밀려 형식적인 조사를 하기보다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조사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사가 귀국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대사는 어제 오후 변호인을 통해 조속히 조사 기일을 지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귀국한 이후에도 신속한 조사를 계속해서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가 늦어진다면 공수처는 오히려 '수사 지연'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여론에 밀려 이 대사를 부르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한 채 다시 호주로 돌아갈 명분만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수처는 이 대사가 출국하기 전인 지난 7일 이 대사를 4시간 동안 약식 조사했다가 수사 실익 없이 출국 금지 해제 명분만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당분간 대외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자료 분석에 속도를 내 적절한 소환 일정을 고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이던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모 상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김한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