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죠.
일제 치하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지만, 당사자는 물론 후손들까지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한 탓입니다.
장동건 기자가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기자 】
89살 김중무 씨는 1919년 3·1 운동 당시 경남 마산 지역에 독립선언서가 배포되는 데 기여한 독립운동가 김문진 선생의 손자입니다.
인천 부평에서 3평 남짓한 반지하 월세방에 혼자 살고 있는데, 화장실은 변기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습니다.
4년 전부터 대통령 표창자 후손 보상금으로 매달 88만 9천 원을 받고 있지만, 파킨슨병 치료비까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 인터뷰 : 김중무 / 독립유공자 3대
- "100만 원이 들었어요. MRI 찍고 뭐 하니까. 그러니까 나오는 돈 그달 다 들어가고 생활비가 막막하거든요."
독립운동가 노사문 선생의 외손녀 박정옥 씨도 인천의 한 빌라에 거주 중인데, 웃풍이 심해 집 안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정옥 / 독립유공자 3대
- "텐트를 치고 자도 그래도 코감기가 든다고. 다리가 고장이 나면서 못 벌어 쓰는 거지. 잔디 심고 그랬어요."
▶ 스탠딩 : 장동건 / 기자
- "현재 등록된 독립유공자 유족은 총 8,863명, 이들 중 약 80%가 70대 이상 고령자로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기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 인터뷰 : 이용대 / 광복회 부평구지회장
- "검거되면 재산 다 뺏기고 뭐 그러니까 자손들이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생활이 녹록지 못해요. 집을 사글세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급여 진료의 경우 특례를 도입해 치료비를 감면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보상금을 높이며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일제 치하에서 희생된 순국선열은 최소 15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유족이 보상금을 받은 경우는 800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 인터뷰 : 김중무 / 독립유공자 3대
- "누구한테 창피해서 내가 후손이다 얘기를 잘 못한다고요. 그냥 나 혼자 알고 열심히 사는 거. 죽을 날까지 열심히 사는 거…."
MBN뉴스 장동건입니다.[notactor@mk.co.kr]
영상취재 : 조영민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
그래픽 : 김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