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2천 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하며 전세사기를 벌인 이른바 '건축왕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지 오늘로 1년이 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피해 회복은 아직도 제자리입니다.
안정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굳게 닫힌 현관문 앞으로 사기 피해를 알리는 문구가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사기를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박 모 씨의 보금자리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위기에 놓였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라 중단됐던 피해 주택의 경매가 올 초부터 다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전세사기 피해 유가족
- "죽음으로 탄원한다고 마지막에 그렇게 적어놓고…짐 다 빼라고 하면 빼야겠죠."
정부는 해당 주택을 LH가 직접 매수해 피해자들이 매입임대주택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하지만 LH가 실제 경매로 주택을 매입한 건 단 1건에 불과합니다.
▶ 스탠딩 : 안정모 / 기자
- "이렇게 현관에도 경매에 참여하지 말라는 취지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달렸는데요. 피해 아파트를 직접 낙찰받는 게 아니라면 입주민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전세사기 주택이 낙찰돼 쫓기듯 집을 나간 이 모 씨는 이미 전세 대출을 받아 추가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 씨 / 전세사기 피해자
- "남아 있고 싶었죠…계속 대출만 받아서 대출만 늘어나는 거예요…공간이 없어서 가구나 소파나 아이들 장난감 같은 거를 다 버리고."
국토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보증금 보상은 빠져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야당 주도로 '선구제 후구상'의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입니다.
▶ 인터뷰 : 안상미 /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 "이제 피해자들은 특별법에서 얘기한 1년이 다가옵니다. 경매 중지 1년이 다가옵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채권도 소멸되고 집도 소멸되고 우리는 길거리에 나앉아야 됩니다. "
정부·여당에서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법안 통과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MBN뉴스 안정모입니다. [an.jeongmo@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문병관 VJ
영상편집 :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