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내국인 고통… ‘이중가격제’ 고개
‘외국인엔 비싸게’ 정책 통할까 관심
↑ 일본 라멘 자료사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엔화 가치가 내려가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며 일본 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중가격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일본인에게는 저렴하게,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오늘(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역시 일본 료칸 협회 부회장은 “싱가포르에서는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중가격제를 운영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돈을 더 내는 대신 패스트트랙이나 정중한 지원 등의 ‘좋은 불공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가야마 부회장이 주장한 ‘이중가격제’는 같은 상품이라도 외국인에게는 더 비싼 돈을 받고 파는 가격 정책을 뜻합니다. 일본 신분증 등 내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보이면 호텔이나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 할인을 해주는 식 중 하나입니다.
자칫 외국인 차별로 비칠 수 있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에는 장기화하는 엔저 현상이 있습니다. 통화시장에서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자 일본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외국인 2,506만 6,100명이 일본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안 그래도 높은 일본 물가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엔저 시기에는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일본에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넘었던 2022년 초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1,000엔짜리 라면을 먹으려면 실질적으로 1만 원 이상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885원까지 내려온 지금은 8,850원만 있으면 같은 라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일본 관광에 드는 비용이 10% 이상 줄어든 셈입니다. 반면 일본인들은 엔화 환율과 관계없이 같은 비용을 내고 생활해야 합니다. ‘저비용 관광객’이 끌어올린 수요가 자극한 물가를 일본인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불만입니다.
이처럼 치솟는 관광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자 나온 고육지책이 이중가격제입니다. 실제 일본 JR그룹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JK철도패스(7일권) 가격을 2만 9,650엔에서 5만 엔으로 69% 인상했습니다.
이중가격제를 도입하면 엔저에 따른 내국인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같은 상품인데 외국인에게만 차별적 대우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 일본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 산업이 타격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전체 일본 관광객 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말 “방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게 받는 외국인 이중가격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