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로기완을 만났다'는 혈혈단신으로 벨기에에 밀입국한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추적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탁월한 솜씨로 그려낸 조해진 문학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초반부터 현재까지 꾸준하게 현실적인 고난을 겪는 인물들과 황량한 내면의 밑바닥을 차분히 응시해온 작가 조해진은 로기완을 만나기 이전 작품의 인물들은 위기에 당면해 현실을 회피하거나 자신 안으로 숨는 결정을 내리곤 했지만, 작가적 고민이 한층 넓고 깊어진 '로기완을 만났다'에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풍부한 상상력과 사려 깊은 문장으로 쓰인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으며 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에 예민하게 감응하고, 아픔의 사연을 샅샅이 들여다보며 그를 돌보는 문학의 이유를 마주하게 됩니다. 작품 속 누군가의 삶이 나 자신의 삶으로 전이되고, 끝내는 그를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는데 '로기완을 만났다'는 오히려 그 불가능과 타협하고 손쉽게 연민해지려는 나약한 마음을 끊임없이 다그치고 몰아세웁니다.
순도 높은 공감과 연민에 이르기까지, 타인이라는 완고한 벽에 계속해서 부딪치고 깨지면서 그 한계와 환멸까지 끌어안고 한 발짝이라도 더 타인에게 가닿으려는 진심을 전합니다.
초판이 나온 후 1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삶의 애환은 점점 다양하고 깊어지는 반면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우리의 감수성은 쉽게 무뎌지곤 하는데 주변을 살피는 예리한 시선과 상처를 돌보는 따스한 손길로 가득한 이 작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2024년 3월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되는 데 발맞춰 선보이는 이번 리마스터판에서는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원작의 의미를 충실히 되새기되 최근의 정서에 맞게 일부 표현을 다듬어 새 단장까지 마쳤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없이 대화가 어려운 순간을 맞닥뜨립니다. 어떻게 하면 내 이야기를 듣게 할 수 있을까? 대화가 어려운 시대,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본 사람을 위한 책이 나왔습니다.
20년 경력의 상담심리사인 저자는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일수록 기술을 사용할 여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경청'보다 있는 그대로 듣는 '그냥 듣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말을 잘하는' 것보다 상대가 들을 수 있도록 '잘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마음이 쫓기고 위태로울 때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내가 들을 수 없게 된 데에는 사정이 있다는 것, 귀를 닫고 싶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 이런 말을 누군가 들어준 뒤에라야 비로소 우리 마음에 타자의 이야기를 담을 공간이 생깁니다. 듣기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그래서 듣는 기술은 들려주는 기술로 완성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실용적인 노하우를 정리해 실었는데 "눈썹으로 말하자" "단순 작업을 함께하자" 등의 노하우를 언뜻 보면 너무나 사소하고 극 사실적인 상황과 심리 묘사에 웃음이 터질지도 모르지만, 재치만큼이나 효과도 만점인 가장 기본적이고 인간적이며 실용적인 노하우이기도 합니다.
벤 올린의 '이상한 수학책' 시리즈 최신작 '아주 이상한 수학책'이 출간됐습니다. 첫 책에서 한 단계 진화해 수학의 꽃이자 메인 요리라 불리는 미적분을 다뤘는데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쁨, 사랑, 인기, 권력, 부, 시간 등 모든 것의 '변화'를 수학으로 표현한 또 다른 언어로서 미적분을 이해하도록 도왔습니. 유럽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다수의 전문 학술지와 대학교와 기관에서 '최고의 수학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앞선 두 권의 책에서는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는 데 집중한 반면, 이번에는 방향을 틀어 일상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두뇌 게임으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벤 올린은 교과서와 교실에 갇힌 수학을 꺼내 상상력과 창의력의 세계로 초대하며 "이 책은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것이다. 수학을 가지고 노는 인간은 코를 가지고 노는 코끼리, 날개를 가지고 노는 새, 멋진 차를 가지고 노는 배트맨과 같다. 또한, 타고난 대로 행동하는 생물이다. 여러분의 수학적 사고 능력은 동물의 왕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별한 차원의 재능이다. … 선물을 꺼내서 가지고 놀아라. 아니면 적어도 고양이처럼 포장지라도 가지고 놀아보아라"고 설명합니다.
세계 어디에나 수학 게임이 존재하고 두뇌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이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놀이야말로 천재들의 게으른 예술이라고 할 만큼 놀이는 인간의 사고력을 확장하고 상상력을 폭발시키는 마법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책은 게임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눴으며 공간 게임, 숫자 게임, 조합 게임, 위험과 보상 게임, 정보 게임 이렇게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ㆍ 1부 공간 게임: 공간과 시간을 유영하며 판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다.
ㆍ 2부 숫자 게임: 수를 갖고 놀다가 어느새 수학의 원리를 깨우치다.
ㆍ 3부 조합 게임: 전략적 선택이 만들어내는 최상의 결과를 맛보다.
ㆍ 4부 위험과 보상 게임: 리스크를 감수하되 최대의 보상을 거머쥐는 승부사로 거듭나다.
ㆍ 5부 정보 게임: 두뇌 플레이를 하며 논리와 분석, 직관과 통찰의 힘을 키우다.
저자의 글과 그림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가 소개하는 게임에 푹 빠져들어 즐기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엄마를 잃은 소년의 먹먹한 바람을 담아낸 두 번째 동시집입니다. 첫 동시집 '약속'이 아직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이 그대로 몽우리 져 있었다면, 두 번째 동시집에서 소년은 "미래의 희망은 몸이 불편하시거나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한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소년은 몇 번의 방송 출연과 아빠와 함께 영화제에도 다녀왔는데 영화 '약속'은 여전히 릴레이 상영을 이어가고 있고 틈틈이 관객과의 만남을 계속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대나무처럼 소년의 성장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소년은 그림 동시집 '고마워'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과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아직도 섬에서 동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아빠 따라 영상을 만들기도 하지만 모든 일의 끝에는 언제나 별이 된 엄마가 있습니다. 여전히 엄마 생각만 하면 슬프고 꽃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나지만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슬픔 또한 엄마를 만나는 방식이라고 말하는 소년의 명랑하고 자신감 있는 세계관을 들여다보면, 희망은 존재한다는 걸, 잊고 있었지만 소중한 걸 깨닫게 됩니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경제학적 생존 전략'은 기업, 정부, 국가 차원에서 세운 일관된 계획과 명확한 전략으로 실행될 때 비로소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이미 지구 온도는 섭씨 1.5도 상승했습니다. 2015년 세계 195개 국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섭씨 2도 이내로 유지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지만, 달성하기가 요원한 상황에 부닥쳐 있습니다.
재앙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가 당연해진 지금, 과연 기후 재난이라는 최악의 피해에 맞서고, 인류와 미래 세대를 엄청난 고통으로부터 구할 방법이 있을까? '빅 픽스'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나 재활용을 열심히 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고, 전기차를 사고,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등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활동들을 넘어 청정 전력, 청정 건축, 청정 연료, 청정 도시, 청정 지대, 청정 산업, 신기술이라는 7가지 주제를 기초 경제 이론을 토대로 개인과 시민은 물론 정부와 국가, 더 나아가 전 세계가 기후 위기라는 심각한 문제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이며 체계적으로 대응하도록 실질적인 실천 방안과 행동 강령을 제시합니다.
투표나 편지, 이메일, 전화로 의견을 표명하고, 시, 구, 군 등 지역 공청회나 청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시민단체와 연대해 목소리를 내고, 지역 단위에서 진행하는 청정에너지 관련 사업에 찬성을 표하는 등 행동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녹색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며 우리 모두에게 기후 행동을 촉구합니다.
'어려운 시절'은 공리주의를 대변하는 인물인 국회의원 그래드그라인드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상상을 억압하는 그의 교육철학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의 딸 루이자와 아들 톰 역시 아버지의 엄격한 원칙에 따라 모범적인 학생으로 길러지지만, 이들의 인생은 그래드그라인드가 꿈꾸는 이상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소설은 몰입감 있는 전개와 특유의 재기 넘치는 묘사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찰스 디킨스의 장편소설입니다. 물질 만능 사회에서 공허감과 허전함에 시달리는 현
19세기 자본주의의 이념으로서의 공리주의가 포섭하지 못하는 삶의 다양성과 민중적 덕목을 옹호한 디킨스의 문제의식의 강렬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또 그의 장기이기도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와 생생한 묘사는 그가 당대에 획득한 대중적 인기를 오늘날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