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등의 버스기사 폭행을 막으려고 설치한 게 투명한 유리 벽, 이른바 '격벽'이죠.
그런데 시내버스의 경우는 격벽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다른 버스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폭력에 기사분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거죠.
안정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버스가 멈추자 승객이 버스기사에게 다가가 마구 주먹을 휘두릅니다.
버스 안 LED 등이 왜 꺼졌느냐며 시비가 붙은 건데, 운전 기사 우승윤 씨는 왼쪽 고막이 파열되며 영구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 인터뷰 : 우승윤 / 피해 버스기사
- "이명 소리라고 해야 되나 그 소리가 아직도 나고 있어요. 소리가 날 때마다 그때 그 폭행 사건이 이제 또 생각이 나는 거죠."
우 씨가 몰던 농어촌 버스에는 이런 돌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격벽이 없었습니다.
시내버스가 아니어서 현행법상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실제 전국 시내버스의 격벽 설치율은 90.8%에 이르지만 마을버스는 39.1%, 농어촌 버스는 12.8%에 그쳤습니다.
수도권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경기 남양주의 한 업체가 운영하는 마을버스는 12대인데, 모두 운전석이 뻥 뚫려있습니다.
▶ 스탠딩 : 안정모 / 기자
- "격벽이 없다 보니 운전 중에 승객의 시비나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인데, 자칫하면 대형 인명피해의 우려가 큽니다."
▶ 인터뷰 : 김영모 / 마을버스 기사
- "취객들이 타면서 뭐랄까. 왜 이렇게 늦게 가냐 차가…. (이리 나오면) 조마조마하죠."
격벽이 설치된 버스를 출고하려면 1대당 270만 원의 비용이 들어, 버스회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하긴 힘든 상황입니다.
설치 의무 대상을 대부분의 버스로 확대하는 관련 법안이 1년 전에 발의됐지만 아직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안정모 기자입니다. [an.jeongmo@mbn.co.kr]
영상취재 : 이권열·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 이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