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서는 안 될 것이 나왔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검은 사제들><사바하> 장재현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영화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TMI’(Too Much Information)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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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주)쇼박스) |
<파묘>
개봉: 2024년 2월22일
장르: 미스터리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전진기
시놉시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여기에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된다.
#4인4색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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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주)쇼박스) |
<파묘>에는 수상한 묘를 이장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이 등장한다. ‘상덕’(최민식)은 오행(흙, 물, 불, 나무, 쇠)으로 좋은 땅을 찾고 기운을 알아내는 풍수사이다. ‘영근’(유해진)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장의사이다. ‘화림’(김고은)은 원혼을 달래는 무당, ‘봉길’(이도현)은 경문을 외우는 무당이다. 봉길은 신병에 걸려 자신을 구해준 화림과 함께 다닌다.
극중에서 화림이 ‘대살굿’하는 장면을 본 상덕 역의 최민식은 “걱정이 됐다. ‘투잡 뛰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김고은 배우의 파격적인 모습이 영화의 백미”라고 극찬했을 정도라고.
#‘파묘’, ‘묫바람’, ‘악지’…용어 설명
무속신앙을 주제로 하는 영화는, 앞서 공개된 예고편에서도 관련된 단어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영화의 핵심이 되는 몇 가지 단어의 의미를 살펴보자.
영화의 제목인 ‘파묘’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냄’이라는 뜻을 지녔다. 보통은 묘를 이장할 때 쓰이는 단어다. ‘묫바람’(산소탈, 산바람)이란, 산소에 탈이 나서 후손들에 해가 가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다. ‘악지’는 풍수지리상 사람이 살기 적합하지 않은 땅을 이야기한다(일부 참고: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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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주)쇼박스) |
#포스터(국내외ver.)
<파묘>는 포스터도 화제를 모았다. 먼저, 인터내셔널 버전 포스터의 경우 별다른 효과 없이 한 가운데 ‘EXHUME’(파내다)라는 (해외용 버전)제목과,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영화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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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주)쇼박스) |
국내 버전 2차 캐릭터 포스터도 공개 직후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커다랗게 새겨진 제목(로고)와 함께 가득 극중 인물들의 범상치 않은 모습들이 포스터 한 면 녹아 들어있다. 땅을 찾는 풍수사(최민식)는 도구를 어깨에 진 채 어느 한 곳을 응시하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원혼을 달래는 무당(김고은)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위로 든 강렬한 모습을, 예를 갖추는 장의사(유해진)는 품격 있게 서 있는 모습을, 경문을 외는 무당(이도현)은 헤드폰을 쓰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포스터 속 인물들의 시선이 각각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 셈.
#‘헤르미온느 급 스케줄’ 소화한 이도현
봉길 역의 배우 이도현은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파묘>를 선택했다. 한 매체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도현은 <파묘> 촬영 당시 드라마 <나쁜엄마>와, <이제 곧 죽습니다>(특별출연)까지 작품 3개를 촬영하는 스케줄을 소화해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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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주)쇼박스) |
#한국형 오컬트 장르, 장재현 감독의 세계관
<파묘>는 <검은 사제들><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인 차기작이다. 한국 영화에서 흔치 않았던 오컬트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 사제들의 구마 의식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한국적 정서를 가미한 오컬트 영화라는 평을 얻었다. 두 번째 장편 영화 <사바하>의 제목은 불경 ‘천수경’에 나오는 용어로, 기독교의 ‘아멘’처럼 진언 끝에 붙여 그 내용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말이다.
이처럼 장재현 감독은 전작을 통해 종교에 관한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구현해냈다. 그리고 이번 <파묘>에서는 무속신앙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사람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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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현 영화감독(사진 매일경제 김호영 기자, 매경DB) |
#리얼리티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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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바하>(사진 CJ ENM) |
장재현 감독은 현실적 연출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전작 <사바하>에서는 불교를 기반으로 한 영화 미술의 디테일함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번 <파묘> 역시 CG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고 미묘하게 느껴지는 실재감을 더하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일례로, 극중 주요 배경인 묫자리를 표현하기 위해 흙의 색까지 디테일하게 구현하며 현실성을 더했다고 전해진다.
#장재현 감독이 ‘관’을 조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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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주)쇼박스) |
장재현 감독이 어려서 경험한 ‘이장’에 대한 기억이 지금의 영화를 탄생시킨 것으로 보인다. 앞선 <파묘> 제작보고회에서 장 감독은 “어릴 적 시골에서 경험한 이장하는 것을 구경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무덤을 직접 파고 그때 흙의 냄새와 색깔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안에서 오래된 나무 관을 꺼내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봤을 때, 그 관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무서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다. (이후에도)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어릴 때의 기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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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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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쇼박스, CJ ENM,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18호(24.2.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