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로, 수술과 진료 축소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술실 가동률이 절반 밑으로 떨어지고, 암이 전이된 환자의 수술이 취소되는 등 현장의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늘(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의 대규모 이탈에 따라 전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까지 줄인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수술을 연기하고, 신규 진료 예약을 줄이면서 전공의 이탈 사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수술실 22개 중 10개만 운영 중입니다. 가동률이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이날 수술의 40% 이상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환자 피해를 고려해 최대한 할 수 있는 수술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음 주부터는 감소 폭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신규 환자의 외래 진료 예약을 크게 줄였습니다.
↑ 20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내 전공의들의 업무 공간인 의국이 텅 비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전공의 이탈이 길어질수록 지금보다 수술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입니다.
각 병원은 전공의의 빈 자리를 전임의와 교수 등을 동원해 채우고 있습니다. 야간 당직 등에 교수를 배치하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중환자실이나 응급의학과는 우선순위로 인력을 지원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남아있는 의사들의 번아웃(소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이 고비가 될 수 있다"며 "그 이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근무지 이탈자도 8,024명에 달합니다.
병원이 수술과 진료 일정을 조정하며 전공의 이탈에 대응하는 사이 환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항암 치료가 종료된 지 두 달 만에 암이 간으로 전이돼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는 한 환자는 "지난 20일 입원, 21일 수술 예정이었는데 취소됐다"며 "시기를 놓쳐서 간 이식으로 넘어갈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위암 환자는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 129센터에 접수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 억울함과 속상함을 어쩌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어제(21일)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총
정부는 수술 지연 등 피해자에게 '법률상담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어떤 환자가 앞으로 치료받을 병원을 상대로 쉽게 고소·고발에 나서겠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